매거진 잡담

믿을 수 없는 사실1

저탄고지

by simple life

사람이 한평생(?) 들어온 것이나 실천해 온 것은 올바르거나 맞다고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라도 그것이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내 세계관을 쉽사리 의심하게 되지 않고, 차라리 세계관에 맞게 내 주변을 보는 관점을 고치려고 하는 거 같다. 나도 그랬다.


언제부턴가 조금씩조금씩 늘고 있는 허리 사이즈, 내가 먹고 있는 건 큰 변함이 없는데 이걸 주변에서 말하는나잇살이라고 하나보다 이렇게 내 세계관에 맞게 내 몸을 보는 관점을 바꾸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전은 된 거 같은데 단백질을 내 식단에 듬쁙 넣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였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는다. 여튼 그 때 내 식단에 들어온 단백질이 요거트, 특히 그릭요거트이다. 박봉의 직장인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나는 그릭요거트를 먹기 시작하였고, 야금야금 늘고 있던 내 허리 사이즈도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 작년 쯤 다시금 야금야금 느는 몸무게와 어느날 우리 아이들을 제법 먼거리인 양양에서 서울까지 픽업하다가 다리 근육이 부족한 거 같다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늘 다리에 근육이 많다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해서 운동을해야겠다는 강한 생각과 술을 끊어야하나 이런 고민을 하고 하던중 저탄고지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저탄고지의 핵심인 인슐린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여러가지 경로로 정보를 취합하면서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껏 정성스레 구축한 내 모든 세계관에 지진이 난 것이다.


그 첫번째는 칼로리이론이다. 나는 살이 찌는 것은 필요하거나 사용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기때문이고 섭취 칼로리를 사용량보다 줄이면 부족한 칼로리만큼 내 몸의 지방을 사용하여 감량이 되는 것이라고 배웠고 내 모든 생활을 그 칼로리 이론에 맞춰왔다. 그래서 식욕을 절제 못하는 나 자신을 스스로 감시해왔다. 그래서 늘 먹는 것에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나름 조심했고 그런 덕분에(?) 남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체중을 유지해왔다고 여겼다.


그런데 저탄고지 이론에서 체중변화에 칼로리보다 중요한 것은 인슐린이다. 살을 빼고 싶으면 낮은 인슐린을 유지하고 살이 찌고 싶다면 인슐린 레벨을 높이면 된다. 인슐린은 탄수화물에 관계된 호르몬이므로 살을 빼고 싶으면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살이 찌고 싶으면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된다. 칼로리 계산은 그 다음이다.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이걸 믿어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다가 내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내 몸에 적용해 보아도 내겐 그리 손해볼 일이 없는 것이다. 탄수화물 절제해서 내가 볼 손해란 좋아하는 거 좀 못먹는거였다. 나의 식생활을 돌아보았다.


온통 인슐린 범벅이었다. 일단 모든 종류의 빵을 사랑했다. 샌드위치도 좋아했다. 케잌도 주기적으로 먹었고, 도넛엔 눈이 반짝했다. 그뿐인가 라면은 신제품 나오면 일단 먹어봐야했고, 김밥은 간편한 한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서 자주 먹었다. 찐옥수수, 군고구마는 빼놓을 수 없는 간식이었다. 맥주 안주로서 제일 좋은건 후렌치후라이라고 생각했고 막걸리엔 파전이었다.


이렇게 먹어왔으니 인슐린이론에 따르면 칼로리를 그토록 신경 썼으나 늘 도로아미타불이었던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모든 탄수화물을 끊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탄수화물을 안먹어봤자 숨어있는 탄수화물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소스와 양념엔 탄수화물이 숨어있다. 그래서 내가 의도적으로 탄수화물을 열심히 배제해도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어 있다.


중학교때부터 믿어왔던, 종교도 아닌데 왜 의심을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뇌는 포도당만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도 쓰레기통에 처 넣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빙하기에도 살아남았는데, 빙하기에 포도당이 어디에 있었겠나? 과일따위가 빙하기에 존재했을 리가 없다. 그럼 인간은 포도당을 섭취하지 못해 뇌가 정지해야하고, 인간의 뇌는 생각만하는 것이 아니라 체온과 심장박동 등 나의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는데, 빙하기엔 어찌 살아남았고, 빙하기처럼 살고 있는 이뉴이트는 어떻게 현재까지 생활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된 것이다. 나중에 살펴보니 인간은 필요한 포도당을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을 통해서 합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고 그 양은 많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는 원래 콜라, 사이다등의 달달하고 차가운 음료수는 일절 마시지 않아왔고, 믹스커피도 잇몸질환으로 마시지 않았다. 내가 마시는 음료수는 탄산수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맥주 정도 였다.


내가 저탄고지를 알기전 이미 단백질 그 가운데 그릭요거트를 의식적으로 먹어서 그런지 탄수화물을 안먹는 것에 그다지 스트레스는 없었다. 그리고 약속이 생기거나 해서 다같이 피자나 파스타를 먹을 때는 그냥 맛있게 먹었다. 인슐린 범벅으로 한평생 살아왔는데도 견뎠으니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다음날부터 다시 탄수화물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몇주도 걸리지 않았다. 오르락내리락하던 체중이 안정을 찾았다. 쉽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안정된 체중, 이거 몇년만이냐! 그리고 먹을 때 칼로리에 신경쓰지 않고 충분히 먹어서 그런지 케익이니 빵이니 이런거 먹고 싶다는 욕망이 거의 없었다. 식욕을 내맘대로 컨트롤하다니 신세계였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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