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크루 화요갑분
음악이 좋기도 했지만 목소리에 힘을 갖고싶어 시작했던 노래 레슨. 선생님은 재즈기타리스트 겸 재즈보컬이셨다. 그것도 매우 블루지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분이었다. 수업은 집에서 2시간이 걸리는 마천동이었고 젊었던 20대 시절이었기에 넘치는 체력으로 매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2년 정도를 배웠다. 아니 사실 배웠다기보다 음악으로 놀기 위해 그곳에 갔다. 노래실력이 늘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나는 놀았다.
놀면서 화성악도 배우고, 발성부터 노래 카피, 재즈 스켓 등등 다양한 걸 접했다.막연하게 즐기기만 했던 음악을 알게되었다. 유튜브가 일반화되기 전이었는데 선생님은 갈 때마다 유튜브로 세계적인 뮤지션의 음악을 찾아 들려주셨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염없이 쏟아내주셨다. 선생님의 가족과도 친했고, 개인 작업실에서 수업을 했기에 기본 2시간~3, 4시간을 머물면서 노는건지 배우는건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 음악의 시작은 즐거움이었다. 음악이 즐거웠다기보다 음악을 통해 음악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렇게 음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나의 직업도 공연기획자로 전향하게 되었고, 재즈피아니스트인 절친을 통해 기타리스트인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나를 위한 노래도 만들었다. 물론 내 마음을 꼬시기 위한 전략이었을테지. 아빠의 음악성을 고대로 이어받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은 하루종일 쉬지않고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가 낭랑한 것이 아무래도 음악적 소질은 다분해 보인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비틀즈라며 Let it be를 무한반복한다.
나의 일상과 사람들은 음악이다.
음악을 자유자재로 직접 다루지는 못하지만 여러 음악 속에 즐거웠던, 슬펐던 다양한 감정들이 삶과 맞닿아있다. 음악에 담겨있는 감정들이 일상을 말해주는 것 처럼 나의 많은 시간들은 음악과 연결되어있다.
그런 나의 삶이 마음에 든다.
지금 나는 꽤 괜찮게 살고있다는 안도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