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적금을 얼마나 넣었길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5%대 적금 이자와 이자 지원금을 주어 꽤 이자가 많이 붙었다. 오늘은 그 D-day였다.
남편은 신혼 여행 때 나에게 생각지도 못하 가방선물을 해주었다. 그 당시 코로나로 제주도로 신혼 여행을 갔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로 면세점이 문을 닫았다고 했기에 별 기대도 하지 않았었던 시절이었다. 비행기 출발 30분 전 면세점에 문이 열린걸 알고 부랴부랴 구경하고 샀던 토리버치 빨간 핸드백이 유일한 결혼 선물이었다.
지금은 아기를 낳고 명품 백 보다는 에코백이나 아기 기저귀가방이 나에게 제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남편이 적금 카운트 다운을 할 때도 명품백을 찾아보는 시늉만 할 뿐 갖고 싶은 가방이 없었다.
나에게 가방은 모름지기 수납이 잘 되고, 큰 가방이 1순위였다. 작고 예쁜 가방은 수납이 안되니 결국 종이가방이든 보조가방을 들고 다녔으니.
남편의 적금이 터졌다! 역시 크리스 마스 이브처럼, 월급 전날 처럼 그 전날이 아주 매우 설레고 설래는 법.
아침에 아기 문화센터를 다녀오고 아기 낮잠, 남편 낮잠, 나의 낮잠으로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 되었다. 적금탄 기념으로 점심 때 맛있는거 먹겠다고 계획까지 세운 남편이었는데 물 흐르듯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맛있는 저녁을 먹자고 나갈까? 했더니, 남편은 가방을 보러 가자며 말을 했다.
"당신아. 나는 그런데 명품 가방이 필요가 없어. 나한텐 당신과 아기가 제일 중요하지.
몇백만원 하는 가방 없어도 살수 있으니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가방 사줄 수 있을지 몰라."
"왜 더 많이 벌면 되지!"
남편과 대화하면서도 가방이 갖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가방을 보면서 이건 뭔데 이렇게 비싸? 연신 '왜. 이.렇.게. 비.싸. ' 샤넬백은 헐. 샤넬 백은 넘사벽이었다.
애 키우는 애 엄마는 에코백으로도 충분하고, 과분한데 무슨 명품백이란 말인가.
(예전에 친구가 어머니에게 명품 백을 사준 적이있었는데, 친구 어머님은 그 가방을 메고 시장엘 가셨다고 한다. 사실 갈 때도 많지 않고, 그 가방을 어디가서 자랑을 한단말인가.)
지금에 나도 가방을 메고 갈데가 없다. ㅎㅎ 웃프지만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난 늘 적금이 만료되면 또 다른 적금에 넣었다. 이자가 붙어 이는 그 채로 말이다. 요즘 이자가 얼마나 되서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그만큼의 돈을 더 벌지 못하기에 이자도 감사하게 생각했다.
남편에게 적금 터진다고 자랑하면, 돈에 눈이 달리고 발이 달려서 슝슝 도망갈지도 모른다며, 당부한다. 돈엔 눈이 달렸고, 발이 달렸다. 돈에 많고 적음의 양보다 남편이 2년간 모은 노력만큼, 돈을 가치있게 썼으면 한다. 내 돈이 귀하면 남편의 돈도 귀하니까.
아직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가질 않아 어떤 가방이 내 손에 들어 올지 모르지만, 모시고 살아야할 명품백 보다 편하게 들고 다닐 그런 편한가방이 나와 인연이 닿았으면 한다. 나만 그런가. 가방을 보러가는 것도 왜 귀찮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