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서사(敍事)는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글의 양식을 말한다. 서사는 인간 행위와 관련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언어적 재현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학 외적인 영역에도 다양한 형태의 서사가 존재한다. 신문의 사건 기사와 취재 일지, 그리고 역사의 기록물들은 모두 서사에 속한다. 의사가 쓴 환자의 병상 기록이나 과학자의 실험 일지, 예술가의 공연 일지도 넓은 의미에서 모두 서사에 속한다. 이런 식으로 나열한다면 서사는 모든 인간 활동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서사 [narrative, 敍事]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라라크루를 통해 글쓰기를 한지도 반년이 넘었다. 써놓은 글을 살펴보면 육아와 직장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과 소재를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 하지만 소설을 쓰지 않는 한 삶을 기준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나 전문적인 분야의 글을 쓰는 정도일텐데. 꾸준히 쓰기를 목표로 둔 이상 전문적인 주제라면 고민의 시간이 더 길어질테니 주기적으로 쓸 자신이 없고, 쓰던 주제들을 이어가는 것은 쓰는 이도 지루한데 누가 읽을까 싶기도 하다. 글쓰기 소재 찾기는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이런 고민을 안은채, 오랜만에 지역문화진흥원의 웹진을 들여다보고 있던 중 발견한 문장.
"안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들의 서사에 주목을 해야 되는데 그러지는 않고, 외부로 향하는 힘에만 포커스를 두니까..."
지역문화 정책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토론을 기록한 글이다.
최근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을 펼친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해 다양한 콘텐츠 일명 대표축제를 만들고 무슨 거리, 무슨 리단길로 명명하면서 관광지화를 이루어 사람을 유치하는 정책이 대세다. 그들이 쓰고가는 돈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윤석열정부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지역에 '살고있는' 사람을 위한 지역문화 만들기는 사라지고, 외부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이동하며 관광하게 만드는 정책이 활성화되고 있다. 결국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소외되는 것은 그 곳에 살고있는 '사람들'.
외부로 향하는 힘에만 포커스를 두면서 겉포장을 그럴싸하게 하는 정책들을 보니 나 역시 허탈감에 빠진다. 올해 우리팀 사업이 '동대문구 대표축제 개발하기'라서 그런가. 동대문 없는 동대문구에서 우리들의 문화는 무엇이 있나 궁금해하며 살고있는 사람들의 수요를 잊은 채 외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축제를 만들고 예산 일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지겹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물론 내가 담당하는 한 그렇게만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려 애쓰겠지만.)
글쓰기로 다시 돌아와서.
나는 누구를 위해 글을 쓰고 있나.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새로운 주제를 써보겠다고 번지르르한 문장들을 데려다가 페이지를 채우고, 나의 서사는 빠진 채 욕망하는 것으로 글을 쓰고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나의 서사는 무엇인가. 서사는 인간의 모든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 나의 하루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결국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야 한다는 말이다. 나의 서사가 없이는 나의 글이 될 수 없다는 것.
마치 좋은 문장들을 필사 하듯이, 무형의 나의 인생을 글로써 옮겨적는 필사를 하는 것이 나의 글이 되는 것이다.
분명 나의 삶에도 육아와 일을 제외한 다른 주제가 있을 것이다. 그저 그 두가지가 너무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에 내가 느끼기에도 두가지만 있다고 느껴질 뿐. 나의 시선을 내 안으로 더 깊이 돌려야 한다.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나의 서사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흘러가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다보면 전문 분야도 내 삶의 일부가 되어 고민하고 망설이기보다 주장하는 것을 조리있게 쓸 수 있는 날이 오겠다.
나의 서사와 인생필사...
나를 들여다보면 나를 구성하는 당신이 보이겠지.
당신의 서사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