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붓한일상 Feb 26. 2024

철컹철컹, 아침마다 우리가 향하는 곳

내가 사는 곳은 3호선 열차의 종점 부근. 서울을 나가려면 지하철 3호선 주엽역 또는 경의선 일산역으로 간다. 집에서 두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3분 정도. 보통 버스를 타고 가는데 오늘 아침은 그리 춥지 않고 눈도 다 녹았으니 자전거를 타고 주엽역으로 향했다. 달리다가 생각했다. 버스탈껄...춥다.


지금은 다소 한산한 지하철 안. 종점인 대화역에서 항상 자리를 채우고 오던 열차는 웬일인지 듬성듬성 자리가 비었다. 월요일이라 더 붐빌 것 같았는데 오늘은 기분좋게 출발부터 앉아서 간다. 몇 정거장을 더 지나면 출근하는 사람들로 열차 안이 붐비겠지. 환승해야하는 종로3가역 쯤 가면 손잡이를 잡지 않고도 넘어지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며 열차는 사람들의 숨으로 가득해진다. 오늘은 좀 여유있게 갔으면 하지만 역을 하나씩 지날때마다 열차의 공간은 줄어든다.


출퇴근 길 사람들의 표정은 회색이다. 누군가 내 얼굴을 봐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복귀한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왕복 3시간의 긴 출퇴근 길 덕분에 뒷목과 허리는 이미 뻐근한 상태. 오랜만에 간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내내 긴장을 한 탓인지 온몸이 뻣뻣하다. 주말 내내 아무리 잠을 자고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눕고싶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폰을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고 부족한 잠을 채운다. 간혹 종이책을 읽고있는 사람도 보인다. 나도 지난주 출퇴근 길에는 피곤한 일상과 업무를 떠올리지 않으려 영상을 켰다. 영상의 재생 버튼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한다. 딸깍, 스위치 방향으로 현실과 공상을 왔다갔다.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아침 우리가 향하는 곳은 일터. 생계와 윤택한 삶을 위해 향해 가지만 우리의 하루하루는 고단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여유있는 삶을 향해 매일을 걷는다. 온몸을 찡겨가며 지옥철에 올라타고, 발 하나 디딜틈이 없어 다음 열차를 기다리며 한숨을 쉬지만 우리는 또 다시 그 길에 오른다.


열차에 사람이 많아졌다. 목적지가 다가오면 꽉 채운 열차에서 내려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가 저녁 6시 쯤 열차로 모이겠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열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동료같이 느껴진다.


“오늘 하루 우리 모두 아름답게 보내고 만나자. 이따 보는 얼굴들은 회색 말고 알록달록 화려한 얼굴로 만나서 각자의 집으로 즐겁게 돌아가자.”


매일 반복되는 아침을 즐겁게 시작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그동안 고마웠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