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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붓한일상 May 07. 2024

너의 기대에 나는 입을 다물었지

매일매일이 월요병

오늘은 청년 인턴 2명이 오는 날. 약 6개월의 기간 동안 문화재단의 사업을 경험하면서 일도 배우고, 기획과 제작의 과정을 경험하러 오는 청년들. 우리 팀에는 남, 여 청년이 배치가 되었다. 둘다 90년대 중반에 태어났고, 관광과 기계관련 학과를 전공한 청년들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파릇파릇한 열정은 아주 오래전 느꼈던 설레임을 꺼내다주었다. 무대 뒤에서 무대와 관객을 향해 나가는 아티스트의 뒷모습을 보며 두근거렸던 설레임. 그 설레임은 내가 만든 무대를 올린다는 감격도 있었지만, 티켓을 한장이라도 더 팔려고 애쓰고, 여기저기 협찬받으러 뛰어다니던 나, 합주실에서 아티스트 수발 들어가며 연습을 따라다니고, 새벽에 스케쥴이 끝난 아티스트를 기다렸다가 분당까지 운전해 데려다주고 다시 강서구로 돌아왔던 밤… 그런 시간들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밀려와 반짝거리는 무대로 만들었다는 감격이었다. 점점 나의 레퍼토리가 쌓이고, A to Z를 혼자 해낼 수 있게된 시간들. 화장실 갈 틈 없이 일만 해도 행복했던 시간과 열정들…


둘을 마주보고 카페에 앉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뭘 배우고 싶은지, 뭘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해 두 청년은 똑같이 대답한다.


“ 문화예술 업무의 경험은 없지만 축제 현장이 좋고, 전시와 공연이 좋아서 그 안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입을 다물고 앞으로 우린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이다…등등 사업 소개를 해주었다. 미팅을 마치고 자리에 와 앉았는데 마음이 무겁다.


“그래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그런데 지금 나를 보렴. 그토록 좋아하던 공연과 축제가 일이 되어버렸고, 그 안에서 즐거움은 커녕 왜 이걸 시작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여기까지 왔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고 싶은 열정을 부리고 싶은데 동기가 없단다…“ 라는 말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눈을 반짝이며 기대감에 부푼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니, 하면 안된다. 나와 함께 있는 6개월의 시간이라도 즐겁게, 일의 재미를 발견하며 새로운 기대로 다음 스텝을 갈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니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 안에서 일해보고 싶다. 그러면 행복할 것 같아서 왔다. 행복하길 바란다. 그 마음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너희들 앞에서 나도 다시 너희의 푸름과 설레임, 기대에 물들어서 나도 즐겁게 일한다는 걸 되찾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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