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기획 회의
5월의 시작 즈음. 달리던 사업이 마무리되고 한풀 꺾이는 시기. 이제 슬슬 하반기 사업을 준비하며 세팅하는 시간. 이쯤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야금야금 준비를 하고있던 하반기 사업의 본격 시동을 걸 때이다. 그 뜻은 신규 사업 세팅은 되도록 지양해야한다는 뜻.
있는 사업이나 잘 하고 사업 종료를 생각해야할 시기에 어디선가 공모사업 소식이 들렸다. 일이 많을 것 같아 이런 사업이 있다고 보고를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다른 기관과 협업하는 것이 기본값이고, 대표이사가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는 기관의 공모사업이라 자료를 들고 들어갔다. 대표는 마침 “작년에는 팀장님도 없고 할 사람도 없어서 생각도 안했는데 올해는 해볼 수 있겠네요~신청해봅시다.” 대표실을 나오면서 괜히 보고했다 싶기도 했고, 다른 기관 어디랑 소통을 해야하나 괜히 피곤함이 몰려왔다. 보고를 안했어도 우린 이거 왜 신청 안했죠?! 라고 했을거라 말씀은 드렸지만 막막함이란...
여러 고민을 하다가 지인이 있는 기관으로 연락을 해서 만나기로 했다.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없지만 만나면 뭐라도 나눌 이야기가 있겠지. 대신 좋은 카페를 가자. 맛있는걸 먹으며 이야기를 해보자.
대학로 커피한약방 혜화점
한번쯤은 가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을지로에 있는 본점은 못가고 대학로에 있는 지점을 갔다. 낡고 빈티지한 스타일의 입구와 공간, 가구들. 한껏 기대하는 마음으로 산미가 가장 높다는 커피와 회의적인 회의를 밝게 만들어줄 달달이도 함께 주문했다.
곱다 고와~ 보기만해도 달콤함이 오른다.
우리의 미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치 서로의 필요를 이미 알고있었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나누었다. 지인이지만 일로 만나 같이 일을 하고 일로 힘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보니 오히려 일 이야기에 3시간이 후루룩 지나갔다. 6시까지 출장을 달고 나오는 날이면 괜히 조금 일찍 현지 퇴근할 걸 기대하곤 한다. 그런데 그 날은 산미가득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가 있고, 힙하다는 공간의 분위기가 어우러지니 시간을 꽉채워 서로의 이야기를 쏟아낸 것이다.
사업계획서를 같이 씁시다. 서로의 도시를 연결짓고, 이야기를 조사하고 컨텐츠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하기로했다. 화려하고 훅하는 요즘의 스타일이 아닌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나온 시간들을 소재로 삼아 도시를 나타낼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자고 방향을 맞추고 헤어졌다.
신청 마감일까지는 2주나 남았지만 현장조사 내용도 신청서에 담아야하기에 앞으로 할일이 많다. 다음 만남까지는 문헌조사를 진행하고, 1950년대부터 훑고 자료를 준비해야한다.
요즘 한참 일하기도 너무 싫고, 직장을 다녀야하는 이유를 못찾겠던 중에 관심있는 분야의 사업을 기획하니 괜히 재미가 올라온다. 그래, 고달프지 않은 일이 무엇이 있겠나... 다 비슷하고 어딜가나 힘은 들지. 하지만 가끔 맛있는 커피 한잔과 달달이, 마음맞는 누군가와 하는 가끔있는 재미있는 사업. 이런걸로 또 하루를 살아내고 현재는 살아내는 것이지.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달콤하게 반짝였던 디저트의 표면처럼 나의 마음도 빤질뻔질 밝고 즐겁기를,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