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 비상 계엄령
어제 밤 준이를 재우려고 하루를 마무리 하던 시점에 신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비상 계엄령 선포됐대!“
당시 나는 비상계엄령보다 준이를 재우는게 먼저였기에 괜히 불안감 조성하지 말고 조용히 하라며 쓴소리를 했다. 한편으로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계엄령? 그게 먹히겠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준이는 금방 잠들었다. 따뜻한 물로 기분좋게 씻고 나왔는데 신랑의 표정은 불안함이 역력하다. 평소에도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라 목소리가 쉽게 높아지는데 오늘 밤은 계속 저러겠구나 싶었다.
나는 사회적인 상황에 그리 관심도 없고, 역사의식도 없는 사람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크게 관심을 안가졌을텐데 준이의 미래도 걱정이 되고, 공무원은 아니지만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 예산 심사 등등에 미칠 영향도 있고, 평범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예의주시하며 화면에 집중했다.
앵커의 말과 시위하고 막는 사람들의 외침이 귀에 왱왱 거리며 들리는데 갑자기 어지러움이 온다. 앉아있는데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위에 통증이 몰린다. 묵직한 돌덩어리가 생긴 것 마냥 무거운 느낌이 나고 기운이 쭉 빠졌다. 위경련인가, 이정도의 통증을 겪어본 적은 없는데 위가 너무 아팠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이어지는 통증에 반차를 내고 추레한 모습으로 오후 출근을 했다. 얼굴이 하얗게 떴다며 어서 집에 가라는 팀원들. 급히 할 일들을 끝내고 한시간 먼저 퇴근을 했다.
집에 오는 내내, 다음날 출퇴근 하는 내내 뉴스를 듣는다.
그는 왜 그랬을까? 스스로를 왜 그런 사람으로 정의하려고 하는 걸까?
한국의 위상을 떨어뜨릴거라는 생각은 못했을까? 가장 우위에 두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보다, 창문을 깨고 국회로 진입한 특전사들은 어떤 마음일까
이러려고 그렇게 고된 훈련을 했나... 이런 마음이 들면서 허탈함을 느끼진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존중이 없구나, 그 누구에게도 그는 존중이 없고
자기 자신 마져도 버린 것이 아닐까 ...
정치는 잘 모르지만 감히 생각해본다.
다행히 위는 나아졌다.
하루 반을 굶고 먹은 쌀국수는 뜨끈하니 맛있었다.
우리의 일상도 잘 돌아왔으면 좋겠다.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기를 바란다.
그렇게 그냥 하루가 아무일 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한줄요약 : 모두의 하루는 존중받아야 한다.
#라라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