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붓한일상 Dec 01. 2024

2024, 나의 빛나는 순간



2024년, 11개월을 보냈고 1개월이 남았다. 나의 일상을 평범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준이가 먹을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사랑의 메시지를 쓰고 집을 나선다. 항상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간다. 귀찮은 날도 있지만 퇴근하고 얼른 집에 가서 준이의 저녁을 챙겨야하기 때문에 자전거는 꼭 지하철역 앞에 세워두고 출근해야 한다. 비가오는 날은 난감하다. 걷기도 힘들고, 버스도 잘 안잡히고, 준이는 빨리 오라고 전화하고. 


사무실에 들어서며 두 번째 손가락을 지문 감지기에 넣는다. “띠릭, 출근이 확인되었습니다.” 인간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 큰 성인들이 왔는지 안왔는지 출석 체크를 받다니. 학교에서도 지문은 찍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꺼놓지 않은 컴퓨터의 마우스를 건들인다. 모니터가 밝아지며 어제 하다가 멈춘 업무가 화면에 등장한다. 컴퓨터를 끄지 않으면 업무가 바로 이어질 수 있어서 매우 편한데 탄소 줄이는데에는 동참할 수 없다. 그래도 난 아직 내가 편한게 좋다. 할 일을 확인하고 라라크루 이중 보냉컵을 들고 탕비실로 들어간다. 캡슐커피를 골라 머신에 넣고 컵이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맛이 다 비슷한 캡슐커피라 손이 자주 가진 않지만 다 귀찮은 요즘은 그냥 마신다. 


모니터 앞에 앉는다. 오늘은 무슨 일정이 있나 확인하고, 결재 버튼을 눌러 하나씩 처리한다. 다 쓰지 못한 결과보고서 파일을 열고 몇자 적으니 문서 검토를 해달라며 메신져가 울린다. 하나하나 하다보면 내 일은 하나도 못하고 오전 시간이 지난다. 휴우... 오후에는 좀 할 수 있으려나. 11시30분, 우리 회사 점심식사 시간이다. 회사가 처음 만들어지고 인원이 몇 명 없었을 때 생긴 문화인데 그 누구도 12시가 밥 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자연스럽게 1시간30분 동안 식사하고 커피 한잔 하며 여유를 부린다.


1시, 오후 업무가 시작된다. 오늘은 아무 약속도 없으니 밀린 일좀 하자.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수첩에 적어둔 일들을 하나씩 지운다. 쾌감이 있다. 출장이 있는 날은 현지 퇴근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어쩌다 가능한 날은 괜히 기분이 좋다. 미팅 장소를 잡을 때는 일부러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서 약속을 잡는다. 요즘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이 정도의 사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6시, 업무를 마무리 하고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다시한번 넣고 “띠릭, 퇴근이 확인되었습니다.” 낭랑한 목소리를 한번 더 듣는다. 집에 간다. 지하철을 타는데 종로3가에서는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사람틈에 끼어서 열차가 이동한다. 사고나면 이래서 죽겠구나,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3호선 주엽역에서 내리는데 가끔 구파발까지 가는 열차가 오면 정말 짜증이 난다. 종점은 대화인데 왜 중간까지만 가는 열차를 보내서 10분을 넘게 기다리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7시가 되면 어김없이 휴대폰이 울린다. 준이의 얼굴이 크게 화면에 뜬다. 태권도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엄마 언제와? 어디야? 무슨 역이야?”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많으니 이따가 걸겠노라고 하고 끊으면 5분 뒤에 또 전화가 온다. 안받으면 또 온다. 꼬맹이가 저녁에 혼자 30분을 기다려야 하니 무섭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래도 주엽역에 도착하면 자전거 패달을 빠르게 밟에 집으로 간다. 


집 도착, 옷을 대충 갈아입고 준이의 저녁밥을 챙긴다. 저녁 7시30분, 준이의 밥은 항상 8시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들 이러고 사는거지 뭐 라고 위안을 해본다. 상을 치우고 숙제를 봐준다. 또 10시다. 밍기적 거리는 아이에게 외마디 소리를 버럭 외치고, 성질을 부린다. 9시30분에 재우려고 했는데 숙제가 이 시간에 끝나다니, 나는 쉬지도 못했는데. 억울하면서 짜증이 나면서 소리지른걸 후회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겨우 마무리 하고 씻고 재운다. 자기 잠 들 때까지 가지 말라고 한다. 나는 세수도 못했는데 그래도 등을 토닥이며 잘자라고 기도해주고 준이의 하루를 마무리 한다. 거실로 나와 마저 정리를 하고, 나도 씻고 눕는다. 바로 잠은 안들지만 내일 또 출근해야 하니 눈을 감는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똑같이 흘러간다. 빛나는 하루가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뭔가 반짝여야지만 빛나는 하루인가? 생각을 바꾼다. 매일매일 닦아서 윤이 나는 돌멩이처럼, 나의 하루도 매일매일 똑같지만 그 날들이 쌓여서 빛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볼 수는 없지만 저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이지 않을까? 그렇게 하루를 살고, 지고 나도 모르게 빛나는 시간이 흘러간다.


#라라크루

#내삶의빛나는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