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산서구 거주자다.
3호선 주엽역에서 1호선 제기동역까지 매일 출퇴근을 한다. 편도 1시간30-40분 정도 걸리는 시간에 이직이나 이사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얼마전 gtx-A선이 개통했다. 운정, 일산에 사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하는데 비싼 교통비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나는 서울역에서 환승하는 시간과 킨텍스역의 대중 없는 버스 간격 때문에 출퇴근에 줄어든 시간은 편도 15분 남짓이지만, 50분을 꼬박 서서 가야하는 3호선보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어서 종종 이용한다.
어제도 얼른 집에 오길 바라는 준이의 목소리에 서울역으로 갔다. gtx로 환승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퇴근길이라 사람은 매우 많았다. 문이 닫힐 즈음 여성 두명이 문앞에 있던 나를 밀며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내 등을 꽤 센 힘으로 밀쳐냈다. 사람이 많았기에 어느정도 붐비는 것은 일상적이지만 사람을 때리듯 밀치는 느낌이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인상을 쓴 여자분이 있었다.
“왜 사람을 치냐고...”하니
“저 임산부인데요, 앞에서 그렇게 밀치면 어떻해요!”
“저도 앞에서 밀고 들어와서 밀린거잖아요~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뒤에서 사람을 치면 안되죠“
“배가 눌리니까 그런거죠!!”
“그럼 말씀을 하시면 되잖아요~”
“귓구멍을 그렇게 막고 있는데 어떻게 말을 해요?!”
에어팟을 끼고 있던 나는 순간 당황... 귓구멍을 막았는데 나는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데?! 뭐지 이 여자...사람이 많은 퇴근 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웬만하면 그냥 넘어갈법도 한데 앞에 밀고 들어온 사람들 때문에 밀렸던 당황스러움과 그 사람의 태도에 나도 따갑게 말이 나왔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았고 임산부라 하니 더 말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이쯤 하자하고 고개를 돌렸고 문이 열렸다.
플랫폼으로 내려가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툭툭 친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여자가 앞에 서 있다. 여전히 인상을 쓴채로.
“저 한테 사과 안하셨잖아요!!”
(뭐지....;;)
“저도 앞에서 밀려서 그런거라니까요”
“그래도 어쨋든 밀치셨잖아요!!”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면 집까지 쫒아올 기세의 목소리와 표정.
“미안합니다”
“네!!”
그녀는 사과를 듣자마자 몸을 휙! 돌려서 가버렸다...
나 뭘 그렇게 많이 잘못했나? ‘임산부’에게 나 죽을 죄를 지은건가. 왜 나한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지? 많이 당황스러웠다.
엘리베이터에서 뒤늦게 밀고들어온 여성 두명에게 이 임산부에게 사과 하시라고 말을 했어야했나? 매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본건데 그저 퇴근길 많은 인파에 끼어 탔을 뿐, 플랫폼까지 씩씩대며 따라와 화를 내야할 만큼 내가 잘못했나? 내 생각은 왜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작게 만들었지? 라는 생각까지 꼬리를 물고 날아갔다.
그래 그냥 퇴근길 헤프닝이다.
준이가 뱃속에 있을 때 출퇴근 했던 기억을 소환하며, 나도 그렇게 예민했었나. 그래 그럴 수 있지. 한 순간 몸에 충격이 가해지면 두렵고 걱정할 수 있지. 그 사람도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란것 쯤은 알고있겠지. 그 걱정되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싶었을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순산하시길.
현관문을 열자마자 환하게 나를 반기는 준이의 얼굴을 보며 괜히 뱃속 아기의 안위를 바래본다.
#라라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