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그리워 할 줄이야
베트남 여행의 나머지 기억을 기록한다. 지난 시간을 글로 남기며 당시 느꼈던 감정을 다시 꺼내본다. 여행을 기억한다는 건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떠날 수 있는 기회이고, 상상하며 혼자 피식 웃을 수 있는 선물이다.
수영장 물놀이, 햇볕알러지, 입고싶은 비키니
신라모노그램은 호텔을 배경으로 해변을 향해 쭉 뻗어있는 수영장이 3개. 유아들을 위한 낮은 풀과 성인 가슴~목 정도 되는 두개의 풀이 있다. 모래사장으로 된 곳도 있었는데 뜨거운 태양아래 이글이글 달궈진 모래에 발을 넣었다가 깜짝 놀라 물속으로 얼른 들어갔다.
준이는 아직 물이 너무 무서워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를 끼고도 허리 조금 올라오는 유아풀에서 논다. 어떻게든 깊은 물로 데려가 잠수도 하고 놀고싶지만 깊은 물에는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고는 한국에서 가지고온 물총을 쏜다. 아들과 잠수도 하며 신나게 놀걸 상상했던 아빠는 언젠가는 하겠지...아쉬움을 달래며 낮은 풀에서 준이와 놀아준다.
나는 사진이라도 멋지게 남기자고 여기저기 각을 잡아본다. 호텔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아보려고 깊은 곳에 데리고 들어갔다가 준이에게 목이 잡혀 이도저도 못한 상태로 겨우 한장 건졌고,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몸이 비추는 풀에서는 나만 물에 들어가고 준이는 물 바깥 잔디에 서서 사진 한장 건졌다. 신랑은 심지어 찍느라 얼굴도 없는 사진. 수영을 진작에 가르쳤어야 했나 싶지만, 얼굴에 물 뭍는걸 싫어하니 어쩌겠는가. 의사를 존중해줄 수 밖에.
나는 햇볕알러지가 있다. 잠시라도 노출이 되면 발그레 오돌도톨 부어올라 밤새도록 가렵다. 얼마전부터는 목에도 반응이 오길래 여행을 떠나기 전 피부과에 가서 연고를 처방받았다. 헬스를 열심히 했지만 뜨거운 태양아래 비키니는 꿈도 못꾸고 목부터 손목, 발목까지 오는 까만 래쉬가드를 입고 물속을 누빈다. 결국 나 먼저 들어가서 씻을께~ 놀고들어와! 그렇게 아쉬움만 남긴채 물놀이는 끝이났다.
바나산 국립공원, 골든브릿지, 케이블카, 바나힐 테마파크, 오늘도 코코넛커피!
20분간 케이블카를 타고 바나산 꼭대기로 올라간다. 나무가 빽빽해 숲이 울창하고 석회석 때문에 뿌연 계속이 흐르던 곳을 지나 마치 무도사 배추도사가 구름타고 나타날 것 같은 곳에 도착했다. 그 곳은 해발 1,500m. 선선한 가을날씨 만큼 더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이지 너.무. 시.원.했.다.
각자 둘러보고 만나기로 한 뒤 놀이기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준이는 산의 경계에서 타는 레일바이크를 원했는데 기다리는 것만 40분. 한국에서도 기다리는 놀이기구는 패스~ 줄선 맛집도 안가는 나인데 아들이 원한다니 기다리는 수 밖에. 40분을 기다려 신랑과 준이를 앞서 보내고 뒤따라 바람을 가르며 꺄악꺄악! 신나게 타고나니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다행히 놀이기구는 탈만한건 더 없어서 목이나 축이자 하고 들어간 카페에서 마신 코코넛커피는 또 한번의 감동! 선선한 정산에서 달콤 고소한 커피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 와서 메가커피의 코코넛커피를 먹었는데... 뭔가 빠진 느낌. 역시 현지의 감동이 빠져서 그런가보다.
골든 브릿지는 사람이 많았지만 센스있는 가이드 덕분에 풍경 좋은 사진을 찍고 20분을 걸려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데 선선함을 뒤로하고 더위로 가까이 가는 길은 점점 현실 속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내일 한국에 가는 날인데 벌써부터 아쉬움이 넘친다.
비빔밥과 삼겹살구이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건 식사였다. 우리집 식구들은 베트남 음식을 매우 좋아하고, 준이는 오기 전부터 쌀국수에 고수를 넣어 먹으며 연습도 했는데 현지의 느낌이 찌~인한 메뉴는 별로 없었다. 물론 패키지로 갔으니 같이 다니는 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음식이 안맞을 수 있어 적당한 메뉴들은 선택했을 거라 이해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비빔밥과 삼겹살구이라니!
비빔밥이 있던 식당은 한국식과 베트남식 부페 식당이었다. 한국에 종종 길가다 보면 있는 한식부페 같은 분위기였다. 안에 걸린 현수막에는 ’경기도 다낭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엄청 넓은 곳에 한국사람들이 비빔밥을 앞에 놓고 열심히 식사하는 풍경이란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 가족들은 그래도 베트남인데! 라며 쌀국수를 먹고 나왔다.
삼겹살구이는 출발하는 날 점심식사. 뜨러운 불판을 앞에 놓고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들, 먹기 전에는 궂이 여기서 왜 난 이걸 먹고 있는가! 생각했는데 결국 삼겹살이 진리라며 곁들여나온 차돌된장찌개를 열심히도 먹었다.
다음에는 내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여행으로 와보고 싶다. 고수향이 찐한 쌀국수와 촉촉한 분짜, 바짝구워 뻣뻣한듯 하지만 담백한 돼지고기. 현지의 쨍함을 느껴보고싶다. 한국에 와서 TV를 보다가 [나혼자산다] 팜유 원정대가 다닌 베트남 맛집을 다음에는 꼭 가봐야지라며 마음먹고 있다.
+ 자유여행으로 베트남에 갔는데 교통편이 애메하다면!
우버를 이용한다. 기사님께 하루 동안 여행지 이동을 요청하면 다니기 어려운 곳들을 로드매니저처럼 데려다준다고 한다. 비용도 약 5만원 정도면 되니 부담없이 걱정없이 하루를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이렇게 그리워 할 줄이야, 베트남
한국에 온지 2주가 지났다. 우리 가족들은 여전히 베트남을 그리워 하는 중. 특히 준이는 기내에서 들었던Vietjet 항공의 음악을 너무 듣고싶어해 유튜브를 뒤져 모닝콜 음악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나 또한 현지에서 덥다고 생각하느라 충분히 느끼지 못한 풍경이 아쉽기도 하고 두번, 세번 다녀오면 또다시 새롭게 만날 그곳이 궁금하기도 했다.
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다음을 기약하고 기대하며 일탈을 꿈꾼다. 지금 팍팍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더라도 다음에는 어디를 가지? 무엇을 먹을까?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지! 상상하며 즐거움을 찾는다.
며칠동안 토막토막 나누어 적은 글을 마무리 한다. 쓰고싶은 글감들이 많았는데 베트남의 여운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지난 글 이후에 다른 글을 적지 않았다. 중간에 다른 글감이 끼어들면 왠지 그때의 감성이 멈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현실이다. 현실 속에서 또 다시 꿈을 꾸며 희망을 갖는다.
한줄요약 : 그립다 베트남, 뜨겁게 내 피부를 달궜던 그곳에 다시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