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성장, 지금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아이는 자란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매일의 애씀

by 오붓한일상

준이는 학교에 다녀오면 매일 집에서 공부를 한다.

EBS에서는 만점왕 국어와 수학, 문해력 책으로 예습과 복습, '과학할고양'과 '야옹클래식' 영상으로 1학년 과목에 없는 과학과 음악을 배운다. 별도로 소마셈 연산 문제집과 윤선생영어, 오늘부터 시작하는 장원한자가 있다.


적고보니 가짓수가 많은데 매일 모두 하는 건 아니고 한 과목 별로 각각 10분에서 길어야 20분, 전체 1시간 30분~2시간 정도 한다. 보통 학원에 가면 한 과목을 2시간 정도 하고, 여러 군데 학원을 다니니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1학년에 되고 그렇게 매일 시간을 보낸지 4개월이 들어선다. 어느 날 빼먹는 과목이 있을 땐 "00해야되잖아"라며 잊지 않고 이야기 하는걸 보면 습관이 슬슬 들어선건가. 우당탕탕 하는 순간들이 있긴 하더라도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이 머릿속에 생긴 것에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한 마음이 든다.


구몬으로 앉아있는 연습을 해온 탓에 많이 들썩이진 않지만 요즘들어 준이는 엄마가 옆에 있지 않더라도 해야할 분량을 알려주면 차례차례 스스로 하는 날이 늘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1분마다 부르는 날도 있지만 일주일 5일 중 2~3일은 "다 풀면 불러"하고 방에서 나가면 곧 "다했어요~!"라고 한다. 그럴때면 준이의 기를 살려주기도 하고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아니! 벌써 다했어? 1분도 안지났는데!" 라며 호들갑을 떨며 방으로 들어간다.


준이는 특히 채점 동그라미를 칠 때 100을 적고 그림 그려주는 걸 좋아하는데 어느날은 빙글빙글 롤리팝으로 그려줬다가, 어느날은 달팽이를 그리기도 하고 매일 다르게 하며 성취감을 주려고 한다. 그런 엄마가 재미있는지 문제를 풀 때보다 상기된 목소리로 들떠서 덩달아 그린다. 책에 낙서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어길 수 있는 유일한 낙서가 너무 재미있나보다.


얼마 전 부터 준이는 계단 하나를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지지부진하게도 이해를 못하고 못알아듣는 것 같더니 한참 어려워 하던 문제들을 술술 풀기도 하고, 어려워서 눈물을 보이던 아이가 편안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고, 배우게 되었는지 설명해주면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자기가 해낸거냐고 뿌듯해 한다. 그래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가면서 해내는 거지!


준이는 되도록 선행을 하지 않는다. 수업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어려운 순간들이 있어 예습 수준으로 학습을 해서 학교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만 돕는다. 그리고 집에서 또다시 반복하며 복습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이런 저런 형태의 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넘치치 않지만 부족하진 않게.


어느 날인가 방과후 코딩 수업시간에 아무것도 안했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의 속도를 못 따라가겠다고 한다. 자기도 안하는 건 아닌데 하고나면 선생님은 이미 지나 다른 것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1분기 마지막 수업쯤 되었을 때는 그냥 앉아만 있다가 나오는 상태가 되었다.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가긴 힘들지라도 앉아 멍때리고 있는 아이를 그냥 두고 부모에게 연락조차 없는 선생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아직 저학년이니 현행학습이 가능한 일이긴 한데 고학년이 되어서도 충분히 채워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이다.


준이는 학교가 너무 좋다고 한다. 연휴가 긴 날이면 학교에 가고싶고, 담임선생님이 너무 좋다며 교문 앞을 어슬렁거리는 정도다. 그것 만으로도 준이는 매우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1학년의 목표는 학교를 적응하고,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학습 자세를 기르는 것이었으니 계단의 반은 오른 것이다. 우당탕탕 하면서도 방향을 맞춰 준이는 열심히 열심히 오르고 있다.


그렇게 아이는 자란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믿고 기다리며 응원하자. 그리고 지칠 때 기대어 쉴 수 있도록 쉼을 주자. 목소리를 높이지 말고 언제든지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엄마의 욕심을 내리자.

매일 반성하면서도 매일 다짐하고 기억하자.


오늘은 한줄요약 대신 오연준군의 노래 [쉼이 필요해] 노래 가사로 마무리 한다.

뭔가에 마음이 급하고 불안한 분이라면 한번 들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쉼이 필요해]


자꾸 자꾸 재촉하지 말아요

나도 진짜 바쁘단 말이에요

학교 끝나면 방과후에 영어학원 수학학원

그냥 뭐 노는 줄 아나요?


나도 쉼이 필요해

나도 쉼이 필요해

푸른 파도 속에 마음껏 헤엄치며 놀고 싶어요


나도 쉼이 필요해

나도 쉼이 필요해

넓은 들판에서 마구 뛰놀고 싶어

쉼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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