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텃밭 도시농부
무섭게 비가 내리고 하늘이 찢어질 것 처럼 번개와 천둥이 소리가 울렸던 어제 밤. 준이를 등교시키고 밤새 텃밭의 작물들이 괜찮은가 살피러 다녀왔다.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에게 신청을 받아 각각 3개의 화분을 제공하며 키우는 중인데 우리집 화분은 볕좋은 자리를 맡아 무럭무럭 아주 잘 자라고 있다.
키우고 있는 작물은 토마토, 케일, 꽃상추, 오이고추.
언제쯤 열매가 맺힐까 싶었는데 어느날 가보면 꽃이 피어있고, 그 자리에 볼록하게 토마토 알맹이가 맺히고 고추가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케일과 상추는 쑥쑥 자라 벌써 두번이나 따다가 쌈을 먹고, 넘치는 분량은 당근마켓으로 나눔도 했다. 무농약으로 키웠다하니 판매글을 올리자마다 바로 답장이 온다.
지난번에 갔을 때 토마토는 줄기가 이리저리 자라 다른집 화분까지 손을 뻗고 있어 피해를 주지 않도록 묶을 줄과 가위도 챙겼다. 오늘 살펴보니 상추도 토마토에 가려 볕을 못받으면서 키가 잘 자라지 않고 있었다. 중앙에 세워둔 기둥에 줄을 묶고 줄기를 당기고 모두에게 골고루 볕이 들게 정리를 하고보니 케일에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누군가 영양만점 케일을 맛있게 갉아먹고 간 것이다.
잎을 이리저리 들춰보니 녹색빛을 띄는 작고 길쭉한 애벌레가 꼬물거린다. 뭔가 싶어 검색해보니 나비애벌레였다. 케일에 많이 생긴다며 농약을 칠게 아니라면 수시로 잡아줘야 한다고... 아니! 이녀석! 많이도 먹었네! 4개의 모종 중 세개에 한마리씩 붙어 나비가 되기까지 열심히 먹고있었다.
아무리 작아도 손으로 잡기는 징그러워 잡초를 뜯어 툭툭 한마리씩 떼어낸다.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지 실같은 걸 쭈욱~ 뱉어내는데 더 징그러워보였다. 저 멀리 던져두고 이제 매일 찾아와 관리를 해야하나, 적당히 키우고 다른 작물로 바꿔야하나 잠시 고민한다. 그래도 케일이 참 맛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잡초를 뽑아주고 필요없는 줄기를 제거하며 물을 주는 것, 매번 집에있는 화분을 말라죽여서 나는 재주가 없구나 했는데 열매 맺는 걸 보면 자연의 신비는 끝이없다. 어제밤 같이 아무리 비가 쏟아지고 우박이 떨어져도, 번개가 내리쳐도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새로운 아침을 맞으며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보니 기분이 개운해진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의 시간도 새롭게 만들어보자.
어제 후회할 일을 했더라도 오늘은 무슨 일었냐는 듯
기쁨과 감사로 하루를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