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만남에는 빵이 맛있어야 한다

커피가 먼저냐 빵이 먼저냐

by 오붓한일상

오늘은 오랜만에 언니와 용산역에서 만나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펜션에 예약이 별로 없는 날이면 서울에 와 임장을 하고 가는데 오늘은 용산을 돌아볼거라고 한다. 나도 같이 걸으며 새로 나올 공공청약 동네를 둘러보고 싶지만 이번주부터 준이의 방과후 시간이 달라지는 이유로 후다닥 먹기로 했다.


12시에 헤어져야 했기에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주변에 식당을 찾아봤다. 깔끔하게, 집중적으로 먹고 대화할 장소가 필요했다. 그런데 대부분 10:30이나 11시 오픈. 어쩌다 적당한 프레츨 가게가 있길래 거길 가자 했는데 만나고 보니 그곳 맛이 별로라는 리뷰를 보고 온 언니. 펜션을 하기 전 빠띠쉐를 했기에 빵에 진심인 그녀는 그곳은 패스~ 아이파크몰에 적당한 곳으로 가자고 일정을 바꿨다.


아이파크몰 조차 대부분 10:30에 오픈인데 몇몇 카페가 열려있길래 한 곳을 정해 들어갔다. 커피 맛이 괜찮고 빵도 맛있다는 곳이었다. 고소한 버터와 팥이 든 앙버터와 1인 1개 구매 기준이라고 적힌 빨미까레. 얼마나 맛있길래 구매 제한이 있나 싶었다.


한입씩 베어 물면서 품평회가 시작된다. 부페보다는 전문점, 양보다는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는 먹는 것에 좀 까다로운 편이다. 집에서도 같은 음식을 여러번 먹지 않기에 매번 요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너무 귀찮더라도 그래도 매일 다른 음식을 만들어 먹곤 한다. 전화를 걸면 항상 하는 대화 중 “오늘 메뉴는 뭐야”는 빠지지 않는다.


앙버터의 팥은 냉장고맛이었다. 냉장고맛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약간 비릿하면서 냉장고의 냉기로 쌩한 기운이 드는 냄새의 맛이다.(우리 자매는 냉자고맛에 예민하다ㅋ) 빵은 건조한 매장에 오픈 된 매대위에서 수분이 날아간 질깃한 맛이었다.


1인1개로 구매가 제한된 빨미까레는 밤새 냉동인지 냉장고에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냉기가 있었고, 파이의 버터가 튀김의 기름처럼 손에 뭍어났다. 물론 파이는 버터가 중요하지만 뽀송뽀송한 파이지 사이에 촉촉한 느낌이 아니어서 다소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 빵 먹는데 너무 까다로운거 아니냐며 웃다가도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하지만 커피는 맛있네~라며 결론을 짓는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이정도로 하자, 일상의 대화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먹는걸로 예민떤다고 한다. 하지만 ‘맛있는 걸 먹는다는 것’은 그 시간 그 장소를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 자리에 함께했던 사람과 다음에 있을 만남을 기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다음에는 00 가보자, 여기 뭐가 맛있대~‘라고 하며 헤어지곤 하지 않나.


커피와 빵을 같이 팔려면 둘다 맛있어야 한다. 좋은 원두를 쓰고, 냉동 생지가 아닌, 냉동보관 빵이 아닌 방금 만든 촉촉함과 맛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인테리어된 매장이어야 한다. 나는 맛에 대한 예민함을 포기할 수 없다. 그 예민함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즐기고 싶다.


한줄요약: “저랑 맛있는거 먹으러 가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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