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내 노동의 가치는 얼마인가?

부업 알바 경험기

by 오붓한일상

얼마 전 작은 책상이 필요해 당근 마켓을 뒤적거리다가 부업 광고를 하나 발견했다. 단가제로 하는 포장 부업이었다. 동네 가까운 곳에서 하는 1건에 25원 하는 곳, 문구류나 박스 접기 같은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 날도 새로운 아르바이트에 대한 궁금증이 올라 지원해봤는데 바로 연락이 왔고, 다음날 출근! 준이 하교를 챙겨야 했기에 오전에만 할 수 있다고 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몇몇 분들이 출근을 했고 생각보다 젊은 나이의 여성분들이 많았다. 이야기를 듣고보니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를 키우면서 짬을 내 일을 하고 있는 듯 했다.


10평쯤 되는 공간에 책상이 여러개 문구점에서 파는 편선지를 포장하는 일. 편지지 종이를 4장, 그 사이에 두꺼운 종이를 끼우고 opp봉투에 담고 편지 봉투를 넣고 딱 맞춰 붙인 뒤 바코드 스티커를 붙이는 일. 옆에서는 박스를 접는 분들도 있었다. 각각 단가가 달라 손이 빠른 사람이 더 많이 벌어가는 구조였다.


편선지를 하나하나 포장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4개씩 책상에 깔아두고 한꺼번에 포장을 하고 어느정도 모이면 바코드를 붙이는 순서로 작업을 했다. 듣고보니 이건 개당 12원. 시간을 재봤다. 12개 포장 완성하는데 5분. 1시간은 60분이니 1시간동안 만들 수 있는 수량은 60개 남짓. 12x60=720 한시간에 720원을 벌 수 있었다. 나는 오전 3시간만 할 수 있으니 그 날 벌 수 있는 돈은 2,160원. 손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최저시급이 9천원이 넘고 곧 1만원이 넘어가는 이 시대에 이런 금액이라니.


물론 단가가 높은 물품을 섞어서 하고, 9 to 6로 시간을 사용해 8-9시간을 하면 내가 계산했던 금액보다 더 벌 수 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금액에 부업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속에서 이렇게 숫자 계산을 하고 있는 내가 속물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킥보드를 사달라고 하더라, 어제 집에 사가지고 간 빵 맛이 좋았다 신랑이 또 사오라더라 하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단가가 높던 낮던 개의치 않고 해야할 일을 서로 미루지 않고, 다른 사람이 다 못하면 수량을 채워주려고 돕는 분위기는 어색하기까지 했다. 이 분들은 한달에 얼마의 수입을 가지고 가는걸까?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린다. 얼마 전 부탁받은 강의를 하고 강사료가 입금되는 연락이었다. 1시간 반을 조금 넘게 강의하고 받은 돈은 세전 35만원. 나는 지금 1시간에 720원을 받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사실 그것도 불량이 섞여 있으면 받을 돈이 줄어는다는데, 통장에 1시간에 175,000원 짜리 일의 보상이 들어왔다. 이런 아이러니라니.


생각이 많아진다. ‘일’의 정의와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 까지 생각이 깊어진다. 요즘에는 급여가 낮아도 워라벨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그런 차원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주업이 아니라 부업이니까 라지만 이 긴 시간을 사용하면서 일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서 어떤 결론을 내야 할지 어려워졌다. 노동의 경중을 떠나 ‘단가제’라는 제도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떤 부업이든 물리적인 시간이 들법인데 시간에 대한 보상은 없이 ‘포장을 완성했다’는 개념만 가지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최저시급이 있는 것도 한 사람이 일 할 때 1시간이라는 기준에 들인 시간적, 물리적, 심적 등등등 여러가지의 가치를 쏟아내기 때문에 충분치는 않지만 그만큼의 시급을 책정할 수 있는 것인데 너무 단순한 사고의 계산은 솔직히 이해가 안됐다. 직업의 귀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반영되는 삶의 기본 조건인데 그건이 배제된 채로 노동의 댓가가 책정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말이다.


부업은 2일만 하고 나가지 않았다. 2일 동안 일한 급여는 5천원이 채 안되는 금액이다. 카톡방을 나왔고, 출근하지 않겠다고 연락을 않했는데 그쪽에서도 연락은 없다. 처음에 생각한 것 보다 급여가 매우 낮을 거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에 별도로 연락을 안해도 안오겠거니 하는 눈치였다.


누구나 동일하게 노동의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이상적인 말이다.

휴직을 하면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고 있다. 나에게는 단지 하루 이틀만 나가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랜시간 머무는 곳이고, 그곳을 통해 삶을 영위하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기준을 떠나 누구나에게 주어진 삶의 터전에서 노동과 애씀이 가치있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떠나고 싶던 나의 직장이 오늘따라 감사하게 느껴진다.


한줄쓰기 : 누구나 소중하다. 모두에게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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