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정말 먼지?
생존이 비굴함을 줄 지언정
적당히 해결된 어떤 미래에는
사람들은 풍족한 지옥에 놓일 것이다
마음을 써야 할 것이 그닥 없어
대게는 잠을 자고
또 다른 잠을 자고
우리는 이미 목적을 잃어버렸어
더 이상 아이를 나을 마음도 필요도 없어
나는 사실 죽지 않을 거야
그다지 비밀도 아니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러다 드문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근대는 말로는
목을 그었다거나
손을 그었다거나
그 다리로 갔다거나
목적의 완성은 곧 종말을 얘기하는 것
꽃이 지듯이 사과가 썩듯이
우리의 목적이 생존 안에 있다면
우리의 생일은 언제나 가을이다
우리는 종말한 곳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신인류
우리의 풍족한 지옥 혹은 우리의 실망한 천국에서
우리는 과연 어찌 살 수 있는가
첫 울음으로 무의미를 노래하고 스스로 몸을 바닥으로 굴러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무엇에 안달하여 잠에 못 들어야 하는가
살아있다는 것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에 늘 조금씩 절망하며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무는 늘 바람 앞에 서 있다
나뭇잎은 나무를 위해 바람과 계절과 싸운다
그러나 끝내는 지고 말지
잎은 아름다웠다
차라리 춤이라 할 만했지
누가 우리를 책 사이에 끼워 간직해 줄 것인가
우리는 그저 흙처럼 땅위에 누워 있을 뿐인데
우리의 바람은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가
나의 탯줄은 어느 말에 연결되어 있는가
아 배꼽으로 묶어버린 슬픈 운명이여
나는 유리벽 안에서 났어요
문은 어느 곳에 있는 건가요
어쩌면 우리는 이미 잉여
엄마는 나를 나은 그 날부터 잉여
나는 그 날이나 유예하며
괜시리 착각이나 하고 있는 잉여
나의 성서를 쓸 것처럼
나의 세계를 만들 것처럼
가을 이후에도 남아 있는 나뭇잎처럼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이유가 웃거나 우는 것을 지나치게 지켜보며
휴양하듯 우연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잘 죽는 것도 복이다
할머니가 말씀하셨지
오래 사는 것이 슬프다
옛 사람들은 버럭 화를 내겠지만
사람은 쓸 데 없이 똑똑해서
나는 쓸 데 없이 자주 커피를 마시는 구나
W 상석.
P ROBBYE.
201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