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비
나는 어떤 곳들에는 절대로
사랑을 혼자 보내지 않겠다 다짐을 했었다
아파서 웅얼거리는 말을 전달해주는 일이나
잘 밀어주시는 침상에 손가락을 걸고 걸음을 맞춰 보는 일이나
바퀴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휠체어를 구하는 일이나
엘리베이터를 뛰어가서 잡아두는 일이나
지겨워도 게임은 켜지 않는 일이나
발가락을 덮어주려 이불을 더듬다가 반대 발을 내보이고 만 일이나
내일 정신이 들면 들려줘야지
응급실의 별난 모습들을 되새겨 보는 일이나
나는 고작 그런 일이나 하고 말 뿐이지만
나는 어떤 곳들에는 절대로
사랑을 혼자 보내지 않겠다 다짐을 했었다
순번이 오면
'우리' 차례야 라고 얘기하려고
문턱이나 커튼 근처에라도 서서
네가 들은 말은 나도 같이 들었다며
그런 날은 문자창에도 남지 않게
설명도 없고
묘사도 없고
토로도 없고
그냥 같이 지나쳐 가는 걸로 오케이
같이 잠들었다가 주말을 통으로 날리고
그런 날에는 유독 내 손을 꽉 잡는 너에게
유치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그 날 응급실에는
남편이 연락이 안된다고 손목을 그은 여자가 있었고
매를 맞은 딸을 사진 찍는 부모가 있었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야한다니까 그냥 집으로 가겠다던 아주머니가 있었고
이불을 걷어둔 채 갔다고 욕을 하시는 할아버지와
경찰이 채운 수갑 때문에 팔이 병신이 됐다고 응급실을 다 깨우면서 난리를 피우던 문신남도 있었고
그런 남편을 찾아 울음이 가득한 얼굴로 응급실을 들어서던 앳된 아내가 있었어
그래도 다들 서로 마주보고 수군댈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럴 사람없이 누운 아주머니는 죄지은 사람처럼 벽을 보고 누워 있었다고
경찰은 구급대원과 수군대고
의사는 간호사들과 수군대고
팔그은 아내도 늦은 남편 귀에다 수군대고
나도 당신의 웅얼거리는 소리마다 또 맞장구를 쳤었다고
사람은 조용히 크지 않지
사람은 조용히 죽는 것도 아니구
붙잡고 붙잡힌 채로
우주의 구석으로 멀어져 가는 거라구
빙글빙글 서로를 돌아대면서
질서를 만들고
안으로 치열하고
그렇게 우주는 못 채울 수군거림으로
온통 귀에다간 소란하게 떼를 쓰면서
괴롭히고 또 미안하고
그렇지만 그게 다 붙잡는 거고
붙잡아가면서
네가 뱉은 돌들은 먼지같아도 다 붙잡아 보면서
그러면서
무한하게 차가운 심연을 잊어 보는 거라구
무서우니까
그니까 무섭지 않아 참 다행이지
W, P 심플.
201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