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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Oct 14. 2020

나는 얼마쯤 너를 붙잡을 수 있겠나

오늘 날씨 비

2주일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모으다 못해 빨아 넌 빨래와
비에 젖어 창에 기대 세워 둔 운동화는
좀체 색이 달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되도록 이 하늘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말처럼 잘 되는 일은 아니기에
돌아보는 하늘은 늘 색이 조금씩 변해있다
찌르던 화가 썰물 같은 미안으로 바뀐 만큼
적당히 물러난 하늘은 
자세하지 않아 이쁘다 하고 만다
이쁘다는 말은 괴롭지 말라고
내미는 알랑방구의 말
때때로 나를 부르는 소리를 환청처럼 듣는다
7시간을 더 산 이들의 소리
나를 찾아주는 소리
고마운 소리
듣다 보면
돌아와서 덜 긴 꼬리에라도 붙으라는 소리
볼륨이 없는 소리는 희미할 수록 내가 더 잘 알아 듣는다
7시간을 벌써 산 이가 걱정하는 소리
걱정하는 소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간의 소리

돌아보게 하지 말라
상징이 아닌 실재를 보게 놔두라

무지개가 떴다
다행히 
이 마을에서 올라 이 마을 안에 다시 내린
위로 같은 폐곡선
해야 하는 일은 없다
숙제처럼 내밀 곳도 없으니
무지개처럼 고운 것도
길게 두지 않는다
나는 얼마쯤 너를 붙잡을 수 있겠나


W, P 레오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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