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나는 오늘이라는 섬에서 깨어난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여기의 빈 의자에는 이름이 없다
누가 올 지
그들이 어제의 기억과 정감을 여전히 지니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그런 것이 두려워
밤을 최대한 늘리다 깜박 존 것처럼 놀라 깬다
잠든 이들이 고운 숨을 쉬고 있는지
좋은 꿈에 들었는지
그들이 나를 기억하고 또 나를 찾아올지
하루는 고독에 잠겨
어떤 보장도 보험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저 큰 태양도 바다에 비하면 손톱만 한 걸
그게 저기에 잠기고 영원 같은 밤이 오면
나는 삶이라는 것이 툭툭 끊기기도 한다는 걸 안 그 밤들처럼 어깨를 접고 떤다
인사를 건네며 발을 내리는 이들
선수도 선미도 없는 표류하는 방에
밧줄을 냅다 던지는 이들
그들의 언어
그들의 얼굴
기억하는 초점
나는 그제야 시간이라는 대지에 잠깐 닿아
다시 영원을 삶을 발 밟는 느낌을 느낀다
내가 유독 고맙다고 하는 것은
내가 그것을 잃을 것을 알고 있기에 하는 말
내가 유독 자꾸 기뻐하는 것은
내게 그것이 숨처럼 필요해도 도무지 가질 수 없기에 하는 말
10⁻¹³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