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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시청 헝데부 잡았어요?
유학생들 다 자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며? 비행기표 남아 있는지 봤어?
붙잡고 당기는 힘들이 늘 나를 둘러싸고 있다. 인력은 거리가 멀어져도 작용을 멈추지 않고 나의 정체를 모르는 미지의 어느 곳들도 조금씩은 나를 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여기까지 왜 왔어요?
파리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했다.
뭐하러 거기까지 가?
매번 대답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나는 늘 거짓말을 하거나 아니면 나조차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 맞는 거 같다.
주말이면 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던 집 앞 세차장이 폐쇄되었다. 처음에는 축구 경기가 중지가 되었고 공연들이 그리고 학교가 앞을 다투듯이 문을 닫았다. 그리곤 채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카페와 바, 상점들이 강제로 폐쇄가 되었고, 햇빛이 잔인하던 그 주말, 터지는 봄 꽃 같은 방종이 있은 후, 벌처럼 전 거주민들의 이동이 금지되었다. 아주 먼 곳 내가 이름도 처음 들어 본 곳에서 터진 화산재가 바람을 갈아타며 나의 유일한 재미를 덮쳐버린 것이다. 그것은 분명 가십이었는데 계절을 채 못 벗고 모든 곳들의 일면짜리 뉴스가 되었다.
세차장은 일이주일에 한번 덧창을 열고 담배를 피우러 나오는 어느 마담의 2층 집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건물은 별 다른 구조랄 것도 없이 중앙에 작은 사무실이 있고 그 위에 갓처럼 넓고 평평한 지붕이 얹혀 있는 게 고작이다. 그 날개 같은 지붕 아래의 공간을 차의 넓이에서 조금씩 여유를 두고 칸막이로 쪼개어 놓아 한번에 5대의 차들이 주차하듯 차를 세워 두고 지붕에서 뿌려 주는 물과 거품으로 차를 씻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사무실 앞 동전교환기로 가서 코인을 바꾸는 일부터 지붕에 달린 호스를 돌려가며 차에 물을 뿌리고 밀대로 차에 거품을 두르는 일 차를 헹궈내고 걸레로 물기를 닦는 일까지 그전에 차에 앉아서 앞차를 기다리는 일 조금씩 차를 앞으로 당겨 대는 일 그 모든 일들은 각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한다.
햇볕이 좋은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심지어 비가 내리는 날도 세차장은 차를 받았다. 헬스장이라도 되는 듯 심심한 얼굴의 사람들이 기꺼이 차를 몰고 와서 한참을 앉아 기다리다가 자신의 키만 한 호스와 밀대를 온몸으로 움직이며 차를 씻는 모습, 그런 모습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가만히 창 앞에 서서 10분이고 20분이고 지켜보는 것은 무척 우스운 일이다. 그런 우리의 가마 위로 하늘은 늘 너무 밝거나 장엄한 구름이 뒤덮었거나 아이의 그림에서 처럼 명암도 없이 하얀 구름들이 장난처럼 머물러 있거나 했다. 그 어느 날도 세차를 할 만한 날은 없었다. 그 어느 날도 세차를 지켜볼 만한 날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를 덮은 작은 이불 조각마저 빼앗긴 채 얹짢은 기상을 해야한다. 엄마의 닥달과는 달리 나의 발을 따라 청소기를 밀어대는 엄마를 피해 집을 나서면 하루는 너무나 길어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었다. 지금 기꺼이 시간을 지불하던 사소함들이 모두 정지된 지금 나의 하루는 너무나 길고 고요하다.
10⁻¹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