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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번씩만 안고 갈게9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by 모호씨

형이 휴게실 문을 찾아 묻는 소리가 들렸다. 죄를 지은 것은 없는데도 거울 앞 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 온 형이 슬쩍 내 몸을 훑는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자기 옷 입은 게 불만인 건가? 아니면 늘처럼 나 자체가 눈에 거슬리는 건가? 그 시선 버티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는 언젠가에 벌써 고개를 숙여 버렸다. 승리감을 느낀 건지 형이 구석에 놓인 자기네 짐가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기회다.


피해서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듯 티가 나게 옷을 한두 번 쓸어내리고는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올 사람들 추려서 얼른 연락 돌려.”


그 덕에 늦어버렸다. 고작 방의 한가운데를 지났을 뿐인데 형이 빠르게 말을 걸어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그저 안 걸렸다 하며 몸을 멈추고만 있었다.


“너 아직 아무한테도 연락 안 했지?”


“..”


“여보! 넥타이 어디 들어있어?”


짐가방을 뒤적이던 형이 못 참고 형수를 불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거기 안에 자기..”


말 보다 더 빠른 몸놀림으로 휴게실로 뛰어 온 형수가 짐가방을 착착 두세 번의 손짓으로 정리하고는 검은 넥타이를 찾아 꺼냈다.


“됐어. 내가 할게.”


형수는 민망한 손을 포개며 나를 돌아보았다.


“웬만하면 안 친한 사람들도 불러. 학교 사람들도 다 연락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형수가 턱을 잔뜩 뒤로 당겨 나를 훑어 보고는 잘 어울린다는 듯 오 하는 얼굴로 내게로 다가왔다. 형은 매는 손짓마다 나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아버지 퇴직하신 지 오래 되어서 우리가 다 채워야 하니까! 알았지?”


형수가 이제 그만 됐다는 듯 내 어깨를 털어 주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가요. 도련님, 뭐라도 좀 드실래요?”


형수가 휴게실 문을 연 채 나를 기다렸다. 땅! 거울 안 넥타이를 조이고 있는 형의 얼굴은 여전히 뭔가가 많이 불만스러운 듯 했다. 나는 형수의 팔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휴게실을 나섰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음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카페도 곧 망할 듯 빈음악만 가득 곳을 찾는다. 버스는 뒤에서 두 번째 창가자리, 지하철은 2-3쯤. 10시에 일어나 2시에 밥을 먹고 6시까지 카페에 있다가 밤 10시나 되어야 저녁을 먹는다. 내가 있을 공간과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내가 바껴야 하는 거겠지?


W 상석.

P Erez Attias, Alexandre Perotto.


일상 블록으로 소설 쌓기_쌓다 무너뜨리고 그러나 결국은 쌓고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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