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영 Nov 15. 2016

수능의 무게를 견딘 모든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그대들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내겐 수능을 앞둔 제자가 있다. 고3 또는 수험생으로 불리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제자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었다. 당시 제자는 중학교 3학년. 툭하면 눈물부터 쏟아내는 여린 아이였다. 그랬던 아이가 이젠 고3이 되어 공부에 관련된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하니 시간이 참 빠르다. 그리고 그렇게 빠르게 달리던 시간은 우리를 11월에 데려다 놓았다. 수시면접과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제자는 긴장이 되어선지 자꾸만 탈이 났다. '이럴 때가 아닌데...' 싶어서 채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자신의 모든 노력이 단 하루에 평가되어 점수로 나오는 날. 그걸로 대학의 합격 여부가 결정되니 어찌 겁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제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매일같이 가위에 눌린다고 했다. 그렇지만 약해질 수 없었다. 우리는 완주하기로 했으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서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달려온 우리는 어떨 때는 친구, 어떨 때는 스승과 제자 또는 언니와 동생이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힘을 얻고 힘을 주며 함께 걸었다. 그리고 듣게 된 제자의 수시합격 소식! 이미 한 차례 불합격 통보를 받고 다시 일어난 참이었다. 지금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어땠는지 너무도 잘 알기에 결과를 떠나 긴 시간을 견뎌내 준 제자가 정말 자랑스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진실로 선생에게 제자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것만큼 감사하고 행복한 일도 없다.


날씨마저 얼어버리는 그 날을 향해 걸어가며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승리는 어쩌면 조금은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일과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비단 학생뿐만이 아니라 스승으로서, 부모로서 함께한 우리 모두가 말이다. 


힘든 길을 함께 걸어 갈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건 정말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 겁내지 말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는 충분히 함께 잘 견뎌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나와 함께 그 무게를 견뎌준 소중한 이들에게 꼭 말해주자. 힘든 길을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간 그대가 정말 멋지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을 먹고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