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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적으로 브랜딩 기획하기

일상기획


1.

새로운 Simplifier 명함을 만드는데  한 달은 쓴 것 같다. 그 비효율적 과정을 공유한다.



1. 기존에 만들었던 명함들에서의 개선점을 정리했다.


2. 명함 제작 사이트들을 돌아가면서 소프트, 아트, 스노우, 매트블랙, 크래프트, 플라스틱 등등 용지의 재질에 대해서 공부하고, 내가 출력했던 용지들의 무엇이었는지 다시 확인했다.


3. 용지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박, 형압, 스코딕스 등의 명함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재미있는 건 각각의 효과에 따라 용지가 제한되어서 그걸 또 머리에 넣어야 했다.


4. 공부를 한 후 그간 내가 받았던 명함들을 다시 한번 전부 다 살펴봤다. 그중 Simplfier가 지향하는 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명함을 찾아냈다. 네트워킹 행사에서 한번 뵈었던 대표님이다. 용기를 내서 메일을 보냈고, 출판업체에 맡겼고 나에게는 온라인 명함 전문업체에게 맡기는게 나을 것 같다는 친절한 답변을  받았다. 


5.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용지와 효과 그리고 온라인 업체 후보를 정한 후 Simplifier 로고를 만들어 준 무신사 프로덕트 디자인헤드인 신행철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대략적인 콘셉트를 설명하니 프로필 벡터 파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6. 프로필을 만들어주신 박작가님께서 벡터파일을 그려주셔서 식사대접을 크게  하기로 한 후, 그걸 받아서 행철님에게 전달을 했다.


7. 행철님이 명함디자인 초안을 피그마에 작업을 했다. 내가 생각한 효과를 설명했더니.. 본인이 직접 그 사이트 명함 편집기에 다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카톡과 전화로는 한계가 있어 화상회의를 통해 화면공유를 하면 거의 2시간을 토론을 하며 디자인과 효과를 확정했다.


그 와중에 85 x 55 사이즈가 좋다고 해서, 원판을 바꾸고 다시 작업을 완료했다.


8. 명함을 만들고 나니 외곽선만 있는 벡터산출물이 아까웠다. 온라인 출력 사이트 서핑을 하면서 봐둔 미니지갑에 내가 직접 디자인을 해봤다. 잘 안 나오면 나만 알고 있어야지 생각하며….


9. 명함지갑은 예상외로 빠른 수요일 밤에 도착을 했고, 명함은 금요일 밤 도착. 목표로 했던 스타일대로 나와서 너무 기뻤다.


10. 직업병 때문에 더 완성도를 높일 방법은 없나, 로고와 프로필을 활용한 다른 효과적인 브랜딩 상품은 없을지 계속 탐색을 하고 있다.




2.

명함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만들어야 하나 했는데, 공부를 제대로 하고 나니 용지 출력과 효과 그리고 관련 사이트들에 대해서 한 단계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  앞으로 오프라인 브랜드 상품 출력을 할 때 좀 더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빨리 만들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박작가님과 행철님과 일하면서 느낀 건데… 단순히 프로필 원본이미지 전달해 주고 디자인만 살짝 봐줘도 되었을 텐데… 작가와 프로들은 자신의 작업물의 책임감을 가지고 완성을 위해 비효율적인 정성을 들인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3명은 한 명도 오프라인 미팅을 거치지 않았지만, 매우 성공적인 심플리파이어 명함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다. 비효율적인 시간을 들여 만들어 준 벡터이미지는  명함 지갑을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3.

‘커넥팅 X 잉크드인’ 북토크에서 신수정작가님은 효율보다 비효율을 추구하라고 했다. 수영을 하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만 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수강료를 내고 시간을 할애해 수영장에서 물을 먹으며 수영을 해야지 진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비효율적으로 해서 가장 많은 것을 얻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혹시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쉽게 목표를 이루고, 횡재로 빠르게 자본적 자유를 얻기를 원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의 경험에서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통해 전문가가 되는 길이 원하는 것에 가깝게 갈 수 있었다. 그러니 비효율의 과정에 있다면 좌절하지 말고, 그 안에서 자신의 것들을 만드는 시간으로 쓰기 바란다.


만들어진 명함을 보는 건 쉽지만, 그 과정에 한 달이 걸렸을지는 아무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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