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현석셰프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소금을 뿌리는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흑백요리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기억되기 위한 철저히 전략적인 행동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먹방유튜버를 대상으로 한 팀 대결에서 그는 방송 경영 프로그램을 많이 접한 경험 덕분인지, 참여자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을 간파한다. 그리고 랍스터와 캐비어 중심의 고가 요리를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팀을 승리로 이끈다.
팀에서 한 명을 방출할 때도 유명세나 선후배 관계 등의 요인을 고려하기보다 팀플레이에서 중복되는 포지션 중 효율이 떨어질 걸로 예상되는 인물을 선택하는 냉정한 판단을 한다.
그는 경쟁에서 승리를 이끄는 전략적 리더였다.
2.
나폴리마피아가 만든 편의점 대결의 티라미수 영상은 봐도 봐도 흥미롭다. 다들 짜고 기름진 편의점 요리를 준비하는 것을 간파하여 전략적으로 달콤한 디저트를 준비한다. 경연에 지친 심사위원들에게 '티라미수'가 끌어올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멘트까지 날리는 여유로운 모습은 일품이었다.
나는 나폴리마피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유튜브 먹방러 팀플에서 한국어에 약한 애드워드 리의 팀에 들어간 것이다. 자신이 리더가 될 수 없으면 리더를 보좌하면서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이다. 실제로 유튜버들이 에드워드 리의 스테이크가 질기다고 소곤거리는 것을 간파하여 리더에게 전달하는 팔로워의 역할도 멋졌다.
그는 작은 전투에서도 이기지만, ENTJ가 잘 못하는 조직 안에서도 최상위 리더를 훌륭하게 보좌하는 중간관리자의 모범이다.
3.
안유성 명장은 팀전에서 꽤나 답답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현석팀의 작전을 다 알고 와서도 방출된 사람들이 모인 팀 내에서 그런 내용은 공유도 안 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음식을 만드는데만 정신이 팔린다.
팀전에서 자기 팀에서 거의 유일하게 주문이 들어오는 텐동을 담당했다. '방송국에서 줄 서는 식당'이라는 팀명처럼 진짜로 주문을 줄 세운다. 솔직히 주문이 밀려 같은 팀의 셰프들이 조급해하는 와중에 여유로움까지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발암캐의 기운까지 느꼈다.
결국 그의 팀은 게임에서 최하위로 탈락을 했다. 그러나 곱씹어보니 나는 현실에서의 그는 게임과 달리 승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요리는 맛이기 때문이다. 그는 승리를 위해 튀김을 더 많이 넣고, 좀 익었다 싶으면 빨리 내보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며 요리를 했다. 맛이 있으니 고객들은 줄을 서며 기다렸다.
그는 방송국이 만든 게임의 룰에서는 졌을지 모르지만, 본인을 만들어 온 본질에 충실하며 요리의 룰에서는 승리했다.
4.
흑백요리사 처음에는 단순한 흥미로운 경연으로 보았지만 복기를 해보니 새롭게 나에게 다가왔다. ENTJ이자 스타트업 코칭을 하는 나는 흑백요리사에서 조직의 리더와 중간관리자의 조건 그리고 성공의 본질을 보았다.
ps. 그런데 이거 직업병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