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TV 플러스가 너무 잘되고 있다는 소식에 감동을 받아 저의 기억을 더듬어 제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글 내용 대로 저는 초기에 모래알같은 참여를 했을 뿐이고, 많은 휼륭한 분들의 큰 노력과 애정으로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난 스마트TV를 만드는 VD사업부의 서비스팀에 배치가 되었다. 서비스 기획 인력이 많지 않았는지, 1년 1개월 동안 7~8개의 서비스 초기 및 리뉴얼 기획에 투입이 되었다.
그중 하나가 TV PLUS였다. 2015년 당시 TV산업계에서는 코드커팅이라는 용어가 유행이었다. 북미의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셋탑박스를 통한 케이블TV 시청이 아닌 넷플릭스,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와이파이 기반의 동영상 스트리밍 중심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코드커팅이라고 불렀다.
그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삼성 스마트TV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대적할만한 서비스를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국가 별 OTT 서비스를 통합한 서비스를 론칭했으나 OTT별로 개별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하여야 되서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온 아이디어가 OTT 동영상을 TV채널처럼 보여주는 TV채널형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10여 년이 되어서 아이디어의 시작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기존의 다른 아이템 대비 승산이 있다고 지지를 했고, 초기 프로젝트 멤버로 투입이 된다.
-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가 없어서 접근성이 좋다.
- TV를 보던 사용자 경험과 일치한다.
- 새로운 트렌드인 코드컷팅족들에게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 케이블TV처럼 영상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를 제공하는 것은 기존 TV에서의 시청경험과 BM이다.
- 기존 방송사나 제작사는 유휴 콘텐츠를 재활용할 수 있다.
- 삼성이 방송국을 가지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투입 후 나는 이 서비스를 설계하는 원칙을 세웠다.
- TV 사용자들이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채널번호를 부여하여야 한다.
- 코드커팅족들을 위해 스마트허브(앱접근 채널)로의 접근경로도 제공해야 한다.
- TV내 광고영역을 통해 서비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아마도 여기까지 초기 기획을 하고 스마트TV의 얼굴인 스마트허브(퍼스트스크린) 헤드PM으로 발탁되어 자리를 이동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서비스는 TV PLUS로 명명이 되었다고 들었다.
그 후 10년 간 여러 스타트업들을 넘나들며 경험을 쌓는 동안 TV PLUS를 잊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링친께서 귀띔을 해주셔서 TV PLUS에 대해 알아보니... 지금은 전 세계 2억 7000만 대의 스마트TV에 프리미엄 K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어 있었다. 그 당시에도 훌륭한 리더분들과 멤버들이 이 과제를 이끌고 계셨는데, 이후에도 우수한 인력들이 투입되어 정말 엄청난 플랫폼이 된 것 같다.
삼성전자가 서비스 쪽에서는 유명하지 않았는데, 전 세계를 호령하는 서비스 중 하나의 시작에 참여할 수 있었다니 너무 영광이다. 오늘은 내 안의 피가 푸르르게 흐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