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헤일메리

(스포 없음)

1.
한 사람이 혼자 우주에 떠 있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도 기억이 없다.

주어진 건 혼자만 남은 우주선 하나와, 무언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주에 왔다는 사실뿐이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렇게 시작한다.

2.
헤일메리(Hail Mary)는 미식축구 용어다.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던지는 마지막 롱패스.

성공 확률은 낮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패배는 이미 확정이다.

그래서 던진다. 기도하듯이.

3.
영화를 보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떠올랐다.

한 대표는 대기업을 10년 동안 다니다 창업을 했다. PMF를 찾는 몇 년 동안 그는 월 200만원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보다 훨씬 큰 금액으로 살던 그는 처음엔 그 금액으로 살 수 있을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살아보니 살아지더라고요."

기고만장하게 창업을 시작했던 자신이, 현실 앞에서 하나씩 부서지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 시기는 마치 창업자의 겸손함과 간절함을 느끼도록 바닥으로 내모는 것 같았어요."

자포자기도 할까 했으나 그냥 오늘 하루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넘긴 날들이 훨씬 많았다고.

4.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인공 역시 답이 안보이는 시간을 거쳐 혼자였던 그가 예상치 못한 동료를 만나는 순간, 이야기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 스타트업 창업자도 데스밸리를 넘어가며 본인과 맘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제야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연간 1000억원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5.
내가 만난 살아남는 것 넘어서는 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포자기의 순간이 있었다. 처음부터 멘탈이 강한 게 아니었다. 포기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이었다. 무너지는 경험이 오히려 성장의 토대가 되었다.

문제를 혼자 풀려고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찾다보니 같이 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기대와 다른 사람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성취는 더 컸다.

그리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건 자신감과 다른 얘기다. '이거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헤일메리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다.

6.
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던 여주인공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다. 절망의 시간 희망을 노래한다. 그녀의 이미지만큼 노래실력은 큰 반전이었다.

데스밸리를 지나며 헤일메리 패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고난의 시간에 있는 이웃들에게 바친다.

울음을 멈춰, 시간이 다 됐어

우리의 최종 무대에 온 걸 환영해

부디 가장 근사한 옷을 입고 왔길 바라

하늘로 가는 문은 뇌물로는 열 수 없지

이곳에서 보는 넌 좋아보이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겠지

이미 지나온 길인데 왜 우린 늘 같은 곳에서 헤매는 걸까

왜 우린 늘 두려운 속에서 도망쳐야 하는 걸까

뭐가 문제인 걸까

(중략)

울음을 멈춰, 시간이 다 됐어

우린 여길 벗어나야 해, 아주 멀리 달아나야만 해

우리 그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ps.
이 영화의 감독들은 《레고 무비》의 감독이다. 자칫 지루하고 어두울 수 있는 3시간 짜리 영화에서 경쾌한 리듬을 느꼈다면 이 감독들의 재질일 것이다.

책은 더 좋다. 영화를 보기 전 책을 먼저 읽었다. 꽤 두꺼운 책인데 읽을 분량이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책의 저자 앤디 위어는 정식으로 작가로 데뷔하지 않았다.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중 자기 웹사이트에 연재를 올리며 시작하였다. 출판의 문을 두드리던 그는 무료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고, 독자들이 먼저 반응했다. 그만의 헤일메리가 결국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