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리파이어의 생각
1.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 머리카락이 나왔다.
카운터 직원이 달려왔을까? 홀 직원이 달려왔을까? 아니었다. 주방장이 가장 먼저 뛰어나왔다. 앞치마를 두른 채로 손님 앞에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직접 다시 만들어 가져다줬다. 그 모습을 본 손님은 생각했다.
"저 사람이 사장이구나."
2.
코칭하던 한 스타트업에서 PO들이 나에게 불만을 털어놨다.
"개발 리더가 너무 많은 걸 결정하려 해요. 저희 영역까지 다 개입하려고 해요."
PO회의 자리였는데, 감정이 꽤 쌓인 게 느껴졌다. 나는 그간 관찰한 상황을 바탕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긴급 CS나 장애가 생겼을 때, 누가 제일 먼저 움직여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 개발 리더였다. 관련 팀을 소집하고, 대응 플랜도 만드는 것도 그 사람이었다. PO들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일단 상황을 보면서 대기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그 것이 문제였다. 권한을 달라고 주장하기 전에 권한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3.
내가 그간 관찰한 권한을 가지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주인은 자리가 아닌 태도에서 시작된다. PO가 하는 일의 경계는 원래 모호하다. 디자이너가 놓치면 PO가 잡고, 개발이 빠뜨리면 PO가 챙기고, 조율이 안 되면 PO가 회의를 소집한다. 그 모호함을 불편해하는 사람은 결국 타이틀만 남는다. 모호함을 자기 역할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실질적인 주인이 된다.
두 번째, 권한은 요구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것이다. "저한테 더 많은 권한을 주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그 권한이 필요한 자리에서 먼저 움직여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뛰어나오는 사람한테, 조직은 자연스럽게 결정권을 맡기게 된다. 순서가 있다.
세 번째,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 PO다. 기획서를 잘 쓰는 사람이 PO가 아니다. 고객의 불만을 가장 먼저 듣고, 정리되지 않은 사안에 구조를 만들고, 멈춰 있는 일을 다시 굴러가게 하는 사람이 PO다. 그 결과가 나올 때, 권한도 따라온다.
4.
주인은 선언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먼저 뛰어나온 식당 주방장처럼 말이다.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았으면 한다. 지난 한 달, 당신은 문제 앞에서 가장 먼저 뛰어나온 사람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