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퇴직 후에 며칠만 일하고 나머지는 오롯이 나를 위해 쓰고 싶다고, 지금 제 삶이 참 여유로워 보인다고들 하십니다.
물론 좋은 커리어를 쌓아온 덕분에 초기에 관심을 얻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저와 비슷한 경력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분들을 떠올려 봅니다. 안타깝게도 사업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지속'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더군요.
처음에는 인맥이나 호기심으로 한두 곳에서 의뢰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 일을 대하는 태도와 결과에서 사업의 명운이 결정됩니다. 저는 단순한 외부 컨설턴트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팀을 진심으로 성공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대표와 같은 눈높이로 접근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꾸준히 하다 보니 뜻깊은 지표도 생겼습니다. '2025 혁신의숲'이 주목한 20개 스타트업 중 4곳이 제가 CPO로 함께하거나 코칭으로 만난 팀들이었습니다. 특히 그중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은 팀도 있어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이런 진심 어린 성과들이 입소문을 타고, 파일럿 프로그램이 정규 과정이 되고, 글과 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의뢰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주일에 며칠만 일한다는 건, 직장에 다닐 때보다 훨씬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입니다. 정규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압도적인 임팩트를 증명해야 하고, 검증된 평판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는 멀리서 보면 참 우아하고 고상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수면 아래에서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발질을 하고 있죠. 전문가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남들에겐 여유로워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직장인보다 훨씬 치밀하게 시간을 활용합니다. 이번 연휴에도 코칭사의 데이터를 체크하고, 트레바리 '스타트업 리더의 비밀전략 연구소' 다음 시즌 자료를 준비하며, 세 번째 책을 구상했습니다.
정말 일주일에 며칠만 일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수면 아래의 그 치열함을 견디며, 고객에게 압도적인 가치를 제안할 준비가 되었는가?"
전문가의 여유는 그 지독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끝에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