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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문집

하루가 저물어갈 때면

by 이경선

하루가 저물기 전 루틴처럼 하는 일들이 있다.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거리며 오늘의 지출 내역과 투자 현황을 본다. 인스타그램을 열어 지난 일들을 훑는다. 그리곤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본다. 가끔 영화에 푹 빠지는 기간이 있다. 그럴 때면 격일로 영화를 보곤 했다. 몇 주 전이 딱 그랬다. 요 며칠은 관심 있는 투자처가 생겨 그곳에 몰두했다. 무엇 하나에 꽂히면 그것을 꽤 오래 정신없이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한데 책은 참 어렵다. 학창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오래 글자를 들여다 보는 일이, 내게는 쉽지 않다. 그래도 보고 싶다, 아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핍을 채우는 일은 많이 보고 생각하고 적는 일로만이 가능할 테니까. 루틴의 마무리는, 상상이다. 앞으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한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10년 후와 2년 후의 모습까지. 그리다 보면 웃음이 새어 나오곤 한다. 그리고 점차 믿어진다, 손에 꼭 쥐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루는 너무도 빠르다. 마치 스쳐가는 것만 같다. 가끔은 겨울바람처럼. 그런 날들을 단 하루도 놓치고 싶지 않아 오늘도 노력한다. 해내고 싶은, 해내야 할 일들을 해나간다. 조금은 느리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오늘 또 하나의 하루를 여지없이 보낼 때면 한 편의 영화와 함께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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