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선 Sep 30. 2021

[산문] 애통하는 자

회사 구조조정과 얽힌 이야기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 윤동주 <팔복>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으리라. 애통하여 눈물 흘리는 자는 복이 있으리라. 슬픔은 영원하나 그곳엔 영원한 복이 있을지라. 마침내 내릴 두 발의 뿌리는 영원을 감싸고 저희의 눈물 닦아주리라. 때엔 영원한 안녕 있을지라.


거울엔 애통하는 자 있다. 해마다 한 번은 눈물이 났다. 언젠가는 거울에 비친 자 때문이고, 언제는 연인으로부터, 어느 날은 이겨내지 못할 것들 때문이기도 했다. 해마다 주제는 달랐고 때론 수가지 한 번에 덮쳐오기도 했다. 하루가 그러하고 하릴없이 애통할 자는 바닥에 누워 천정만 보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껌뻑껌뻑 눈가를 훌치고 자리를 나섰다. 그리고 다시 글 앞에 앉았다.


뱉어내야 할 것들이 많다. 괜찮다 여겼던 것들이 한 번에 튀오를 때가 있다. 외로움과 슬픔, 낙담과 같은 숱한 감정들이 뒤엉켜 굴러온다. 모른 척했다. 앞선 일들이 많았기에, 눈앞의 것에 여념이 없었기에. 다만 그림자서 머무는 것이었다. 속이 좋지 않다. 죽을 먹었다. 차가운 막대가 되어 누웠다. 창밖에 눕고만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바닥으로 갔다. 허한 마음 텅 빈 바닥 퍽 어울린다 생각도 했다. 글로 속을 뱉고 있다. 뱉어내야 할 것이 많을 땐, 실제로 분출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글이었다.


회사를 위해 기도한 적이 얼마나 있던가. 손에 꼽을 것도 같다. 애사심을 자부하며 열심을 다했던 청년은 온데 없고 이젠 장작 하나만 남았다. 비를 흠뻑 맞았는데, 다시 타오를까.


구조조정이 있었다. 지난달 갑작스레 회사의 흡수합병이 공지되었다. 인원을 반으로 줄인다 했다. 희망퇴직 절차가 진행되었다. 이를 위한 면담이 날마다 날마다. 두 달간 뜬구름처럼 정처 없는 길을 걸었다.


난, 그 상황에 대한 신경을 끄고자 했다. 다른 일이 많았기에.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수십 명이 회사를 나갔다. 누군간 자의에, 누군간 반강제에 의해. 친애하던 동료들도, 선배들도 다 갔다. 왈칵 눈물이 났다. 나는 무엇을 바라 여기에 있는지. 사랑하는 이 다 떠나보내곤 난 여기서 무얼 바라는지. 끝도 없는 허망함이 온몸을 덮쳤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수많은 이별과 위기가 있었지만, 오늘의 그것은 사뭇 달랐다. 무정한 자리서 살아내는 일은, 어쩌면 감내해야 한다는 일들은, 어찌 그리 슬픈 것일까. 아, 그럼에도 또다시 해나갈 것임을 안다. 터벅터벅 나아갈 것을 안다. 그리고 그러할 것이라면, 다시 일어서야 함을 또한 안다.


떠나는 이를 위해, 남은 이를 위해, 그리고 회사를 위해, 기도했다. 애통하는 심정으로.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길, 최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떠나간 본부장님과 선배들과 동기, 모두의 삶에 축복이 함께하길. 이 회사가 부디 성공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꿈을 꾼다. 삼 년 뒤, 그땐 그랬었지 하며, 추억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미소 건넬 수 있을, 그런 꿈을. 지금의 내가 삼 년 전의 나에게 그리 말해줄 수 있는 것처럼.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으리라. 영원한 복이 저희에게 임하리라. 애통의 눈물 만고의 씨앗이 되리라. 투명한 맛난 열매 청청히 맺히리라. 완연한 웃음이 동산에 만개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