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 당선작 <눈길>
계간지 문예창작
신인상 당선작 중 한 편을 소개드립니다.
눈길
1.
눈사람이 하나둘 줄을 서 있다
아이는 코가 빨갛고
엄마는 손이,
아빠는 발바닥이 그렇다
부는 바람 거세다지만
마음까지 찬 것은 아니어서
나란히 부둥켜안고 있다
서로의 붉은 자리
체온을 나누며 그렇게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2.
얼어붙은 입술로 나무는
노래를 불렀다
꽁꽁 언 두운처럼 눈망울도
한껏 부어있었다
깊이 내린 뿌리도 바람을 막지 못했다
수많은 가지도 몸을 덥히진 못했다
지난밤 나무는
허리를 꺾었다
눈밭에 파묻힌 이마
3.
부둥켜안은 겨울이 봄으로 가고 있다
잔설이 녹으면
다시
붉은 꽃 허리에 피어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