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인 100인집>
발표시 '끌어안고 있다'
지난 5월 출간된
<시의 독립을 선언하다. 한국 현대시인 100인집>
에 발표된 시 한 편을 소개드립니다.
끌어안고 있다
엄마는 제법 늦은 가을
어디쯤
낙엽이 속속 날리고 있는
가을의 채색
숨죽여 누운 것들 위로
반쯤 언 달 조각이 빛나고
사이로 내린 그림자는
엄마의 마디
엄마의 손가락 서넛쯤
옅은 떨림 같은.
늘어진 길목에는
끊어진 마디처럼
정처 없는 그리움이 있고
고것들 속속 줍고 나면
간밤의 떨림이 가실까
그림자 한 뼘은 걷힐까
가을을 걷고 있다
마르고 얼어있는 것들을
엄마의 가을을 사랑해서
늦은 가을 어디쯤, 끌어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