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선 Jul 14. 2022

[신작 시] 채석강 해변에서

채석강 해변에서

바위가 층층이

인생을 걸어두고

지나는 유년과 노년을 바라보고 있다

시선은 넘나드는 파도 위로 섰다


아래서 자라는 생명에게

바위가 줄 것이라곤 지반뿐이나

때로 움튼 가지 하나는

오랜 파도에도 꺾이지 않았다


넝쿨이 되어 하나둘

저마다의 힘줄 꽉 붙들기도 했을

젊고 늙은 가지는

패각과 모래를 이고 있다

묵묵한 슬픔이자 환희 되었을 것들에게

천연의 눈물 전하고 있다


파도가 부서진 자리엔

하나의 생명이 자라

바위는 층층이

새하얀 숨결 피워내어


채석강 해변에는 제법 말간

인생이 한창이다


파도보다 높은 꽃몽오리

활짝 걸린 저 채석강 해변에는

낙화마저 아름답다




작년 가을, 적었던 시 한 편 소개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작 시] 부처님 오신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