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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Jul 15. 2022

[신작 시] 수직의 밤으로부터

수직의 밤으로부터


밤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다. 부러진 길고양이처럼 절뚝이며 걷고 있다. 서걱이는 말투가 더는 낯설지 않다. 익숙한 것은 무차별해서 때로 병으로 자랐다. 병명을 몰라도 증상은 같다. 밤은 수직인 까닭에 나는 고갤 들지 못하고, 소란한 마찰음들은 서럽기만 하다.


소년의 공이 골대에 육중하게 걸쳤다. 부서질 것 같아도 사실 단단한 그것은 여전히 버티고 섰다. 수직의 무게가 병의 낯으로 자라는 밤. 나는 한낮의 색채를 기억하고 있다. 수직이 익숙한 거리에서 나는 사선으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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