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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Jul 20. 2022

[신작 시] 비와 얼룩말

비와 얼룩말

산성비 녹아내린다. 석회석은 녹아서 고드름으로 자랐다. 늘어진 종유석 축 바닥에 닿으면 천둥 같은 소리 얼룩말도 잠에서 깬다. 도시엔 동굴이 많다. 알게 모르게 사람은 그곳에 산다. 얼룩말의 서식지에서 얼굴에 줄을 긋고 산다


비가 내리면 얼룩말은 도시를 삼키곤 했다. 희고 검은 주름이 선명하게 건물을 세웠다. 축축한 도시의 그림. 무채색의 풍경에서 나도 쭉쭉 줄을 친 채로 비를 맞는다. 종유석이 자란 천장에는 천둥이 멈추지 않고 침묵은 바닥에 흥건하다. 녹아내리는 동굴에서 얼룩말이 산다. 나도 동굴에 산다.




지난날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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