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수록 시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수록 시
'십일월의 밤' 소개
시집의 88p 수록작입니다.
늦가을의 정취를 담은 글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 성찰의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십일월의 밤
가을이 지나는 길엔
마지막 단풍이 영글어 있어
가을밤엔
서성이는 마음이 있다
노인은, 허연 숨 피워내는 노인은
기다란 빗자루 들고
커다란 봉투 하나 메고
밤중을 걷고 있다
앞으로, 앞으로
쏟아지는 양 걸어가고
단풍도 하나둘 노인에게 쏟아지어
노인은 함빡 단풍에 들었다
봉투에도 얼굴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노인의 품엔 아직 가을이 있다
송시를 불러본다
지나온 걸음 잊지 않게
새하얀 송시 한 편 불러본다
서성이는 마음들에게
노인의 우거진 단풍들에게
노래를 바친다
잔향이 물든 십일월의 밤에
뭉근한 숨 한 톨 피워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