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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Nov 18. 2022

[가을 시] 십일월의 밤 _ 이경선 시인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수록 시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수록 시

'십일월의 밤' 소개


시집의 88p 수록작입니다.


늦가을의 정취를 담은 글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 성찰의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십일월의 밤


가을이 지나는 길엔

마지막 단풍이 영글어 있어

가을밤엔

서성이는 마음이 있다


노인은, 허연 숨 피워내는 노인은

기다란 빗자루 들고

커다란 봉투 하나 메고

밤중을 걷고 있다


앞으로, 앞으로

쏟아지는 양 걸어가고

단풍도 하나둘 노인에게 쏟아지어

노인은 함빡 단풍에 들었다


봉투에도 얼굴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노인의 품엔 아직 가을이 있다


송시를 불러본다

지나온 걸음 잊지 않게

새하얀 송시 한 편 불러본다


서성이는 마음들에게

노인의 우거진 단풍들에게

노래를 바친다


잔향이 물든 십일월의 밤에

뭉근한 숨 한 톨 피워내어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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