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수록 시 '소녀'
시집의 첫 시편입니다. 페이지 상 14p입니다.
이번 시집에는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개인의 성찰적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녀
당신은 소녀 같아라
머리 희끗하여도 눈주름 깊어지어도
날 부른 소리 때로 헛헛하여도
당신은 오늘도 소녀 같아라
화사한 봄볕과 봉긋한 꽃무리
지천의 설렘 감추지 못했을
수줍은 소녀가
때의 당신보다도 자란 청년을 낳았구나
다 자란 청년 잉태하야
시절의 모습 온 데 없다 하였으나
무구한 심정 당신께 있으니
당신은 아직 소녀인 것이라
소녀에게 줄 꽃 한 송이 예 있다
탐스런 것 제쳐두고
멀리까정 들고 온 것이다
여기 새하얀 메밀꽃 있다
나의 소녀, 당신은 오래고 행복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