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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Oct 05. 2022

[신작 시] 산책


우리들의 기쁨은 언제 슬픔이 될지 몰라


길을 걸을 때는 지름길을 가지 않아

뺑 둘러서는

천천히

아주 느린 길을 택하곤 해


너를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거리니까


심장에서 발뒤꿈치가

가장 멀어지는 거리니까


보폭을 줄이곤 해

초록 빨강의 벽돌 벽을

색깔 맞춰 걸어 보곤 해


여기 공원에서는

살찐 비둘기를

어디서든 볼 수 있지


뒤뚱거리는 몸짓에서

나는 행복을 찾고

너는 가느다란 눈을

더욱 반짝이며 뜨고


둘이서 팔짱을 하고

발을 맞춰서

나는 제자리였지


지름길을 택하지 않아

애써 멀리 돌아가곤 해


반갑지 않은 출구는 닫고만 싶지

나가서도 늘 들어갈 궁리를 하지


문밖의 나는 외롭고

너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을 거야


문고리를 부여잡고

기역자로 말린 모양으로


기쁨이 슬픔이 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어쩌면 문턱의 일일지도 모를


사소한 발뒤꿈치의 일상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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