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우리들의 기쁨은 언제 슬픔이 될지 몰라
길을 걸을 때는 지름길을 가지 않아
뺑 둘러서는
천천히
아주 느린 길을 택하곤 해
너를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거리니까
심장에서 발뒤꿈치가
가장 멀어지는 거리니까
보폭을 줄이곤 해
초록 빨강의 벽돌 벽을
색깔 맞춰 걸어 보곤 해
여기 공원에서는
살찐 비둘기를
어디서든 볼 수 있지
뒤뚱거리는 몸짓에서
나는 행복을 찾고
너는 가느다란 눈을
더욱 반짝이며 뜨고
둘이서 팔짱을 하고
발을 맞춰서
나는 제자리였지
지름길을 택하지 않아
애써 멀리 돌아가곤 해
반갑지 않은 출구는 닫고만 싶지
나가서도 늘 들어갈 궁리를 하지
문밖의 나는 외롭고
너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을 거야
문고리를 부여잡고
기역자로 말린 모양으로
기쁨이 슬픔이 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어쩌면 문턱의 일일지도 모를
사소한 발뒤꿈치의 일상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