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비의 열매'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수록 시
'비의 열매'
시집의 128p 수록작입니다.
비의 열매
밤 비가 대지를 적신다
무거운 눈물 이고 가던
소녀가
물새마냥 지저귄다
부푼 눈두덩이 빗물을 타고 간다
더는 절뚝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를 뱉고 소녀는
한풀 가벼워진 옷가지를
매만지고 있다
소라처럼 고부라진 옷깃을
치켜세울 때면
비의 음音은 한 뼘 더 친밀해진다
소리가 빛나기 시작하면
순백의 열매 자랄 것이다
풍경처럼 비속에 서 있다
손끝을 말아 올리고서
밤새 비가 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