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선로(線路)'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수록 시
'선로(線路)'
시집의 64p 수록작입니다.
선로(線路)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벌판에서 자란 선로
녹슨 기적 소리 멀리서
쓸쓸한 바람을 타고 달려온다
특별한 병명이 없이도 서걱이는
엔진을 부여잡은 채로
낙조가 지고 어둠이 깔린 벌판으로 왔다
티 없이 맑아 슬픈 풀벌레 소리
선로에 번지고
어디쯤 맺힌 기다란 숨을
바라보는 눈가에도 망울이 진다
기적 너머에는
멀건 백숙 냄새, 엄마의 등을 닮은
역사도 없는 선로에는
달빛이 마냥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