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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Jan 24. 2023

[좋은 시] 동짓날

동짓날, 밤이 길어 슬픈 어느 하루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평안하셨기를 바랍니다.


대한이 지났습니다. 곧 입춘이 오겠습니다.


혹한이 가고 봄이 오고 또다시 봄이 지나갈 무렵을


기다리고 고대하고 소망합니다. 꽃피울 어느 봄날을


오늘은 시집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의

수록   '동짓날' 소개드립니다.


밤이 길어 슬픈 어느 하루를 생각하면서,


동짓날


밤이 길어 설운 날엔

그릇을 비우고 또 비웠다

팥알 후후 불어 먹고

때론 채 삼키지 못했다


배 볼록하여 누울 적엔

설움도 못 이겨

폭 잠들곤 했다


마당의 나목은 계절의 매화라

긴 밤 가고 샛바람 불면

살찌고 꽃피운다 했다

무렵 오라비도 온다 했다


산골의 밤은 유독 까매

작은 별도 환하고

누워 고것 하나둘 세어본 적 있다


별들 다 세면

오라비 온다던 그 말을 못 잊어

못 잊어,

밤이면 꼬박 하늘을 세었다


저 꼬막손 마른 가지 같아

멀리서 오라비 눈물을 훔치고

짧은 소맷단 둘 적신 밤이 많다


오누이 걸린 하늘엔

봄도 아닌데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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