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월간시인' 시 기고
운전을 시작하고 나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이드 미러>
운전자는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풍경은 외부에 속해있습니다
풍경은 무성영화처럼 소리도 없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어디서부터 가까이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풍경을 소유한 적이 없습니다
거리는 소속감을 갖게 합니다 엄마와 아들, 남자와 여자처럼
부호가 있습니다 등가 부호는 없습니다 풍경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선글라스처럼 앞을 가리고
운전자는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조수석에서 사물은 가까이에 보입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이 젖는 것은 어깨입니다 지나간 사람의 뒷모습입니다
미러의 각도를 부호처럼 꺾습니다
한 겹의 풍경이 벗겨집니다
스크린이 되감기고
문구가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클랙슨, 사물이 가까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