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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Jun 25. 2023

[여름 시 소개]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입하가 지난  오래지만

여름은 오늘에서야 온 것만 같고

절기 중 아홉 번째라는 망종은 어제였다고 한다

 

영월의 논밭은 모내기가 한창이라 했다

완연한 여름이 반갑다 하고

무렵의 공기는 사뭇 무겁다고도 했다

 

뒷산의 언덕을 오르는 길엔

들숨의 무게에 숨이 덜컥 차오르기도 했다

 

거리의 소란은 옛날과 같았다

무거운 숨이 오가는 계절에도 소란은 일렁였다

 

어린 생명이 있다,

여름의 무거운 숨으로부터 태어나

산달 체중이 사 킬로나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서의 아이는

어미의 태胎로부터 오랜 소란을 불러왔다

 

태중으로부터의 환희

우량아를 품어낸 어미의 두 팔은

들썩이는 소란을 오늘도 잠잠히 감아내고 있었다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이다

 

여름이 왔다

망종은 어제였다 하고 이내 초복이 온다 한다

초복이 오는 날엔

당신과 멀건 백숙 한 그릇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_ 하지가 지나고, 초복이 가까운 날들에

라임캘리 작가님의 작품과 함께 소개드리는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2020년의 여름,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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