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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by 함문평

밤이 깊어

가로등에 그림자를 그리며 사랑이 내린다

기다림의 무게로 날리는 날개의 속성

나래 펼친 무대처럼 피어오르는 유년의 추억 속에

수북이 쌓이는 아얀 구슬품

눈을 가리고 속살거리며 아버지에게 안부의 메세지를 전한다


멜랑꼴리한 날

가슴 한켠에 온기가 내린다

잠잠했던 마음 구석에서 꿈틀대며 서걱대는 시간들

살얼음 진 백김치 그릇이 양철 밥상 위에서 미끄럼을 타는 단칸방의 전경

전날 밤 술이 거나해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를 부르며 우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선연하다


(조성복 시집 12월의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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