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마음 하얀 마음 8
잊지 못할 수학 선생님
중3 수학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우고 함수와 결합한 문제가 복합적 사고력 운운하면서 고입 연합 고사에 종종 출제되는데 원칙적으로는 중학생들에게 이거 가르치면 안 되는데 하도 교장 교감 선생님이 중3연합고사 성적 높이라고 재촉하셔서 알려주는데 절대로 주변 강남중 여의도중 장훈 중 신림중 친구들에게는 알려주지 말고 지방 친구는 너희들 경쟁 아니니 알려주어도 상관없다고 하셨다.
직각 삼각형 내접원의 지름을 구하거나 반지름 구하라고 하면 공식은 이다음 대학교 수학과 가는 사람이나 공부하고 직각 삼각형의 빗변 아닌 두 변을 더하고 빗변을 빼면 지름 반지름은 그걸 반으로 나누면 반지름이다 하시면서 시험지 받으면 그림 있나 없나 보고 있으면 바로 이거부터 풀면 시간 여유 있어 잘 풀 거라고 했다.
나는 선생님 말씀을 어기고 수유여중 3학년 K양에게 알려주었다.
세상에 그해 고입 서울연합고사에 직각 삼각형 내접원의 반지름 문제가 나왔다.
12월 17일 연합고사가 끝나고 종로 2가 주말반 학원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실실 웃으면서 야 네가 알려준 거 연합고사에 나와 암산으로 그것부터 풀어 여유 있게 수학 만점 받았어하면서 수업 마치고 고려당 빵 사 줄 테니 남아 하길래 응 했더니 빈교실로 나를 데려가 기습 뽀뽀를 했다.
한강 이남 중학생이 한강 이북 중학생을 알게 된 것은 우리 할머니가 신일중고에 내릴 것을 지나서 내려 작은집 주소를 들고 어쩔 줄 모르실 때 작은집까지 데려다준 착한 학생입니다.
그러니 할머니가 대방동 S중학교 야구장 우익수 담장 아래 집주소를 불러주고 쉬는 날 놀러 오라고 했다. 맛있는 호박죽을 해준다고.
대방동 S중학교 야구장에 하얗게 눈이 내렸다. 발자국 하나 없는 만주벌판을 우리는 발로 밟아 서로의 이름을 쓰고 사랑해라고 눈 위에 새겼다.
호박죽을 먹고 나갔는데 눈 위에서 놀다 보니 배가 고팠다. 집에 들어와 남은 호박죽을 다 먹고 그녀는 26번 버스를 타고 한강을 넘어갔다.
할머니가 한 정거장 지나쳐 내린 것을 길을 건너 반대편 버스를 타고 수유리 작은집에 데려다준 사연을 듣고 힐아버지는 바로 장손의 손주며느리라고 호칭하셨다.
얼굴이 홍시가 된 그녀는 가방을 들고일어났는데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연합고사 후 종로 2가 모 학원은 종합반 학생을 매월 국영수 시험을 쳐서 반편성을 했다. 성적이 좋으면 A반으로 올라가고 성적이 그대로면 B반 유지 떨어지면 C반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영어를 잘했고 나는 수학을 잘해서 학원 주말반 수업을 마치면 빈강의실에 둘이 앉아서 그녀가 한주 배운 영어를 나에게 복습을 시키고 나는 그녀가 한주 배운 수학 중에 이해 못 한 것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그때까지 함수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함수가 한마디로 뭐야 하는 질문에 나는 그녀를 데리고 학원 구석에 설치된 커피 코코아 율무차를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자판기 앞에서 함수를 알려주었다.
상진아 함수는 자판기야.
뭔 개소리야.
잘 봐. 너 뭐 먹고 싶어.
코코아.
오케이 코코아 나와라 뚝딱 동전 200원 넣고.
나는 율무차 200 넣고 율무 나와라 뚝딱하니 나오지. 뭔지는 모르지만 동전 200 넣으니 코코아도 나오고 율무도 나오네 이 자판기를 함수로 생각하면 거기에 x가 그냥 하나면 일차함수 제곱이면 이차함수 세제곱이면 뭐겠아.
삼치 함수. 오키 굳굳굿 상진이 함수개념 잡았다.
그렇게 함수를 이해하더니 그달 국영수 반편성 시험에 수학 점수가 비약적으로 올라 A반으로 가고 난 여전히 영어가 평균을 까먹어 B반이었다.
목표 서울대 국문과나 영문과라던 그녀가 계산통계학과를 가고 교직을 이수하여 수학교사가 되었다.
나는 영원히 영어에 발목 잡혀 서울 근교 대학도 아닌 무심천 강변 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