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시
유월을 이고 나르는
땅강아지의 하루가 바쁘다
개구리 소리 낭자하고
수꿩의 울음에
암꿩이 제 키를 낮추는 해거름
얘야, 고추 모종에 물 줬니?
채근하는
젊은 엄마의 목소리가
앞뜰 홀로 핀 작약의 눈매만큼 깊다
앞만 보고 달려온 어머니와 이제는
늙어버린 딸 두 사람의 말없는 수다가 복숭아 과수밭을 나와
개닥나무 아래 머무는 밤
숲 속을 뒤덮던 별이
오소소
내 발등으로 내리고 있다
이 시를 쓴 김영순 시인은 횡성군 강림면 강림초등학교 1년 선배입니다. 촌이고 그 시절 대순, 영순이 흔하던 시절이라 김영순이 선배 영순, 우리 반은 키 큰 김영순, 키 작은 김영순 3명이 있었습니다. 그중 선배 김영순과 동기 허대순이 시인이 되었습니다.
이모님이 조카가 보고 싶다고 해서 고향에 갔는데, 이모가 이 시집을 읽고 계시더군요.
서울에 올라와 저도 바로 서점에서 구했습니다. 향토색 물씬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