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계절. 131

잠 못 이루는 밤

by 함문평

뱀처럼 길게 늘어선 사전 투표 줄을 보면


할아버지는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셨다. 어려서 초등학생 시절 순천자 흥이요, 역천자 망이니라 소리를 들었는데, 세상에 중학생이 되어 한문교과서에 그 어구가 나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친구들 거의 한문, 수학을 싫어하고 영어, 음악을 좋아했는데, 작가는 수학, 한문이 수이고 영어, 음악이 양, 가이다.

중, 고등 친구들은 정말 이해 못 할 인간으로 취급했고, 나는 정말 음악, 영어는 눈물 나게 노력해도 안 되었다.

오늘 아침 먹고 사전투표장에 갔다. 세상에 백수들이 이렇게 많은 것인지, 사전투표를 위해 반차를 낸 것인지 4층 강당이 투표소인데 줄일 계단을 따라 1층 현관까지 늘어섰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줄 서서 대기번호 받는 집은 안 가는데, 이걸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침을 먹었음에도 배가 고팠다.

만만한 58년 개띠 형을 불렀다. 투표하러 왔는데, 줄이 길어 점심이나 합시다 했다. 자동 개봉 맛집 할머니추어탕에서 추어탕에 막걸리 한 사발 후에 투표장에 갔다. 줄이 많이 줄어서 편하게 투표하고 우거로 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막걸리나 한잔 더해야겠다. 순천자 흥이요, 역천자 망이라. 오늘 늘어선 사전투표 줄에 겁먹고 역천 한 연놈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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