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정보사령부는 미사용 정보예산 5천만 원을 국고로 반납할 예정이었다. 서부전선땅굴 시추부대장의 보고를 받은 정보 사령관은 정보처장과 수집처장을 사령관 집무실로 불렀다.
“충성! 정보처장입니다. 부르셨습니까?”
“수집 처장은?”
“예, 곧 온다고 했습니다.”
“충성! 수집 처장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래, 정보처장과 수집 처장을 부른 것은 금년도 정보예산 불용액 5천만 원을 국고로 반납하려고 했는데, 오늘 이런 공문을 받았어요.
서부전선땅굴탐지부대장이 보낸 공문인데, 처음 읽을 때는 무슨 도깨비 소리 하나 황당했는데, 다시 보니 일리가 있고 정보장교도 아닌 공병장교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여 정보처장과 수집처장을 부른 것이야. 이거 읽어 봐!”
“예, 저도 읽어 보니 타당성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예, 저는 이 아이디어를 보고 솔직히 정보장교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왜 진작 이런 착안을 못 했을까 하고요.”
“예산처장에게 정보예산 반납을 중지하라고 지시할 것이니 수집 처장은 시추공에 어떤 장비를 넣을 것인가 수집부서 장교들과 의논하여 기종을 선정하고 정보처장은 올해엔 불용예산으로 시험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정규예산에 반영되도록 정보처 사업 편성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정보 사령관은 예산처장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예산처장입니다.”
“그래, 사령부 정보예산 5천만 원 국고 반납하지 말고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 요구 사항 들어주도록 해.”
“예, 정보처장이 전화로 알려주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실수 없게 처리하게나.”
“예, 알겠습니다.”
수집 처장은 장교들을 모두 모이도록 하고 회의했다.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했다.
“내 말이 타당한지 아닌지 듣고 평가 바랍니다. 서부전선이나 동부 전선이나 땅굴 탐지를 위한 시추공이 여러 개 있는데. 이곳 몇 곳을 선정하여 지하에서 울리는 미세한 소리 탐지나 지진 파동 등을 그래프로 그릴 수 있는 장치를 한다면 남이나 북이나 지진파나 지하 핵실험의 미세한 파동 저주파를 탐지할 수 있겠지?”
“그런 아이디어를 처장님이 내신 것입니까?”
“아니, 방금 사령관님이 불러서 다녀왔는데, 서부전선 개나리부대 이흥섭 대령이 그런 공문을 보냈더군.”
“아주 좋은 아이디어고 수집 장치를 부착한다면 지진이나 지하 핵실험을 조기에 탐지할 획기적인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수집 장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늘부터 3일 이내 땅굴 탐지 시추공에 어떤 장치를 부착하면 좋은지 각자가 자료 수집하여 금요일 오후 3시에 회의하겠습니다. 이상!”
정보 사령관은 비서실장을 불러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에 방문하겠다고 그 부대에 알려주고 사령관 시간 계획에 반영하도록 했다.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에 정보 사령관이 방문한다고 하니 비상이 걸렸다. 병사나 간부나 모두 빗자루 걸레를 들고 부대 대청소를 하였다. 위병소부터 지휘통제실까지 이동로 상의 청소와 부대 울타리 보수와 도색도 하였다.
“부대 창설 이후 정보 사령관이 땅굴 시추부대 방문은 처음이지?”
“그래, 내가 땅굴 시추부대 창설 요원인데 3 군사령관이나 육군 공병감은 매년 다녀갔어도 정보 사령관이 우리 부대 방문은 처음이다.”
“이게 다 정보장교 최 대위 때문이야.”
“아니, 장기복무자도 아니고 5년 복무 연장자가 조용히 자리 나 지키다 전역하지, 뭐 잘났다고 그런 소릴 해서 우리를 이런 개고생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
“정말 최 대위는 보통 정상인의 머리가 아닌 거로 보여. 땅굴 탐지 시추공에 무슨 장치를 한들 뭐가 나온다고 이런 개고생을 하는 거야?”
“그러게, 추운 날씨에 수색 정찰하면 병사들 얼마나 고생되겠어?”
다들 한 마디씩 투덜거리며 부대 주변 청소를 했다.
강원도 철원군 일대의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에 정보 사령관 차량이 도착했다.
전방에서는 지프 차량에 빨강 바탕에 은색의 별을 달고 부대를 방문하는 장군만 봤는데, 정보 사령관 육군 소장 차량은 일반 그랜저 승용차에 차량번호 서울 55에 1001호 차량이었다. 위병소 근무자는 충성! 소리가 지휘통제실에서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경례와 받들어 총을 했다. 부대 현관에는 땅굴 시추부대장 이 대령과 주요 참모들이 줄을 지어 정보 사령관을 맞이했다.
“충성! 시추부대장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 이 부대 창설 이후 정보 사령관 방문이 처음이라며?”
“예, 그렇습니다. 3 군사령관과 육군 공병감은 매년 업무보고로 한 번 이상은 방문하는데, 정보 사령관은 처음입니다.”
“이 대령이 보낸 공문 받아보고 처음에는 이 무슨 도깨비장난치나 했어. 다시 천천히 공문을 읽어보니 정말 참신하고 가능한 이야기로 생각되더군. 그래서 정보처장과 수집 처장을 불러 같이 공문을 앞에 놓고 회의했지. 그리고 오늘 방문을 온 걸세.”
“방문을 환영합니다. 지휘통제실로 가시죠?”
지휘통제실에는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 중사 이상의 간부가 다 모여 있었다.
정보 사령관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격려의 인사를 했다.
“정보 사령관이 땅굴 시추부대에 시간적 여유 없이 방문해서 여러분들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급하게 방문한 것은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에서 보낸 공문이 정말로 창의적이고 정보 사령관으로 현장의 시추공 상태와 밀도 그리고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의 위치를 확인하고 미래의 정보 수집을 위한 현장 방문이 필요했기 때문에 온 것입니다.
하여튼 정보사령부 예하 부대는 아니지만, 여러분은 새로운 첩보 수집 부대원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근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보 사령관은 지휘통제실을 나와 이 대령의 집무실로 향했다. 정보 사령관과 이 대령 둘만이 독대했다.
“이 대령은 공병 장교인데 어떻게 시추공에 저주파 탐지 장치를 부착할 생각을 하였소?”
“예, 그건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보장교 최 대위 생각입니다.”
학군장교 대부분이 지난 6월 30일 전역하였는데, 최 대위는 5년 3개월 근무자라 부대 남게 되었습니다. 간부들 모아 놓고 난상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최 대위의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런 생각을 한 최 대위는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에 근무할 것이 아니라 정보사령부로 전보시켜 일하면 안 될까?”
“안 됩니다. 사령관님 최 대위가 아이디어 제안자라서 여기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에서 시추공에서 수집 장비로부터 수집되는 소리와 저주파를 종합하여 정보사령부로 보고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일단 아이디어만으로도 정보 사령관 표창을 줄 만하니 정보사령부로 최 대위와 정작 과장 2명의 장교에 대하여 공적조서를 정보사령부 인사처로 보내시오.”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보 사령관이 전방 현지 정찰을 다녀가고 수집부서에서 기술자들이 와서 시추공 하단에 미상장치를 부착했다. 그것은 지하 시추공에 진동이 탐지되면 신호 파장을 보내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 지휘통제실의 주 통제 장비에 저장되었다.
5개의 시추공에 장비를 설치하고 시추공 지상 1미터 위치로 다른 시추공과 구분하기 위하여 녹색 깃발을 부착했다. 한겨울 눈이 많이 내려도 녹색 깃발은 백색과 구분이 잘 되었다. 매일매일 개나리 부대 1, 2, 3소대가 교대로 시추공을 수색 정찰했다.
매일 관측일지를 작성했다.
금요일이면 한 주 동안의 관측일지를 복사하여 정부사령부로 전령을 운용하여 제출했다.
최 대위가 서부전선 땅굴 시추부대를 떠나는 1994년 6월까지 서부전선 시추부대의 5개의 시추공에서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최 대위는 1994년 6월 30일에 5년 3개월의 군대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김일성이 사망하고 유훈 통치하던 1994년 11월 정보사령부는 극비작전을 수행했다.
정보 사령관 육군 소장 조필원 장군은 정보사령부 지하 벙커에 주요 정보장교를 불러 회의했다. 정보처장 대령 정율화, 수집처장 해군 대령 김홍기, 정보 분석 과장 육군 중령 최영훈, 정보 분석 장교 육군 소령 안춘호 등이 참석 대상이다. 정보 사령관은 회의에 앞서 당부의 말을 먼저 했다.
“여기 있는 여러분은 군인입니다. 밖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구호가 바뀌더라도 우리 군인은 정치와 무관하게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햇볕정책에 짓눌려 첩보 수집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되고, 국방부에서 우리가 수집한 첩보를 비중 있게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의기소침해서도 안 됩니다. 정보사령부는 육군, 해군, 공군이 군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 첩보 수집입니다. 정보전의 첨병으로서 북한군의 일거수일투족을 파노라마 사진 찍듯이 정확히 수집 보고 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보사령부의 존재 이유입니다.
수집된 정보가 국방부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활용하는지는 국방부 차원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목숨 걸고 수집한 첩보가 쓸모없는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국방부나 국가를 원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집 부대로서의 수집 임무만 묵묵히 수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수집 처장이 수집 임무에 대한 현재 상황을 여기 모인 여러분은 수집 처장의 말을 경청 바랍니다.”
“충성! 수집 처장 김홍기 대령입니다. 수집부서에서는 북한에 신규 고정 첩보원을 2명 심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민준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의 조직 폭력배입니다. 별명이 벼락 바위입니다. 주먹이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보고서에는 <은행잎>이라는 암호명으로 보고가 들어올 것입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오득남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혜산 사람으로 장사꾼입니다. 중국에서 한약재를 구매하여 한국으로 수출하고 경동시장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팔아서 돈을 벌고,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의류 신상품을 구입하고, 중국에 파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중국에 거점을 구축했습니다.
오득남의 암호명은 <단풍잎>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접수한 공문의 발신자가 <은행잎>이면 이민준, <단풍잎>이면 오득남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고용된 첩보 수집원은 은행잎과 단풍잎으로 기억하고 우리 회사 전무나 부장은 누가 나가 있습니까?”
“그건 조직 보호를 위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수집처장 말로만 비밀로 하고 나중에 다 알게 되는 거 여기 다 정보사령부 요원만 모였으니 솔직히 말해 중국에 누가 나가게 되었는지?”
“예, 그럼 사령관님 명령이니 말씀드리겠지만 한 귀로 듣고 누구에게도 발설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사장은 대방동 대성공사에서 탈북자 신문하던 유영희 전무가 뽑혔고, 부장급은 안광수 부장입니다.”
정보사령부에서 해외 특수임무 파견하는 요원은 군복이 아닌 사복으로 보내고 만약에 문제가 되더라도 외교 문제로 비화 안 되도록 흑색 여권을 사용했다.
일반 회사의 직함으로 명함도 만들었다. 은행잎 작전을 수행하는 유영희 전무가 중국에서 한약재와 송이버섯, 고사리 등을 손질하는 무역상사를 설립했다. 상호는 <행림상사>로 했다. 길림성 조선족 자치주에 상가 건물을 임대하여 杏林商社 간판을 달고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나오는 한약재와 송이버섯을 구해서 대한민국으로 수출했다. 한약재를 주문하고 화물 송장을 보내는 공문에 임무에 대한 것은 암호화된 공문으로 한국 정보사령부로 보고했다.
4 층 건물의 1층 120평을 임대하여 칸막이 공사를 해서 30평은 사무실로 쓰고 90평은 한약재 수집 창고로 활용했다.
직원들 명함도 만들었다. 행림 상사 대표이사 사장 유영희, 전무 이시연, 영업부장 안광수, 구매과장 구영삼, 사무실 행정업무와 사장 비서를 겸하는 총무 사원 신윤희 중국어 통역을 담당하는 통역 박영식 등으로 편성했다.
영업부장 안광수는 약속된 장소로 나갔다.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화라 통역이 필요 없어도 연변 길 안내를 위해 박영식이 동행했다. 조선식 식당 <진달래 식당>이었다. 평양냉면과 초계탕 전문이었다. 식당 종업원에게 여기서 점심 약속한 오득남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 조용한 방으로 안내했다.
“행림 상사 영업부장 안광수입니다. 우리 회사는 북한과 중국에서 한약재와 송이버섯을 구해 한국 경동시장으로 수출하는 회사입니다. 이민준 선생과 오득남 선생의 많은 도움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이민준입니다. 남조선 사람을 직접 뵈니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득 남입니다. 행림 상사가 값만 잘 쳐주면 조선에서 나는 송이 한약재는 최상품으로 구해오겠습니다.”
“앞으로 두 분 선생님들의 도움 부탁드립니다.”
“예, 값만 제대로 쳐주신다면 김일성 장수연구소 품목도 가져오겠습니다.”
“예, 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식사합시다.”
이민준은 재일 동포 후손인데 할아버지가 60년대 일본 조총련 거류민단의 만경봉호로 귀국할 무렵 할아버지는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의 좋은 직장을 버리고 입북했다고 소개했다. 청진에 자리 잡고 할머니가 일본인 여자라 한국말이 서툴렀다. 그래도 할머니가 장손인 민준이를 많이 사랑해 알사탕은 항상 먹고 자랐다고 했다. 청진은 바다를 끼고 있어 수산물도 풍부하고, 교통 요지라서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다른 지역보다는 살 만한 곳이었다. 채소도 많이 나고 과일나무와 가축도 많아서 함경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었다.
민준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불러주신 일본어로 된 자장가를 어렴풋이 기억했다.
넨넨코로리요 오코롤오(잘 자라 잘 자거라 우리 아가야)
보야오 오이 꼬아 넨넨시다(아가는 착한 아기 잘 자거라)
보-야노 오모리와 도고에 있다(아가의 엄마는 어디에 갔나)
아노 야마 코에떼 사토에 잇다(저산 너머 고향에 갔다)
사토노 오미야게 니니모로 따(고향에 선물은 무얼 받았나)
텐텐 다이코니 쇼-노우에(둥둥 북에 상황피리란다)
민준이 잠투정으로 징징 울 때, 할머니가 손자를 등에 업고 불러주시던 자장가다. 하도 많이 들어서 잠결에 들었어도, 나이 스물이 넘어도 기억이 났다. 할머니가 일본인 여자라서 토대가 나쁜 집안이 되었다. 민준은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알았기에 뭐든지 열심히 보다는 눈치껏 욕 안 먹을 정도로 처리했다.
득남은 혜산 사람인데, 집안 형편이 좋지 않고 토대도 안 좋아 군대도 못 갔다고 했다. 그는 6.25 시기에 큰아버지가 국군 장교로 복무했다고 했다. 가장 하층 토대가 되었다.
이민준과 오득남은 199X 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199X 년부터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배급도 못 받고 먹을 것이 없어 먹을거리 구하느라 국경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잠입해서 농사일을 거들어 주고 식량을 구하거나 막노동으로 몇 달러 생기면 쌀을 구해 북으로 잠입해 청진, 혜산의 가족을 먹여 살렸다.
지금은 약간의 자본이 생겨 조선과 중국을 돌아다니면서 송이나 천궁 당귀 녹용 등 한약재를 구매하여 여기 행림 상사에 납품하게 되었다. 미꾸라지가 용이 되었다고 할 만큼 청진에서는 이민준 혜산에서는 오득남을 출세한 사람으로 여긴다고 자랑했다.
이민준은 어린 시절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할아버지가 일본서 귀국할 때 가져온 금붕어를 키웠는데, 하루는 할아버지 할머니 출타하고 혼자 집을 보다가 심심해서 금붕어를 마당에 쏟아 놓고 나뭇가지로 불을 붙여 새까맣게 태워 죽였다고 한다. 그리고 불쌍해서 마당 구석에 묻어주고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어 금붕어 무덤에 세웠다고 한다. 외출에서 돌아온 할아버지가 어항이 빈 것을 보고 민준아 금붕어 어디로 갔지? 하는 할아버지 질문에 나무 십자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할아버지는 멍하니 말이 없으셨고 어머니가 민준이를 한구석으로 끌고 가서 전용 회초리로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때렸다.
오득남은 혜산에서 먹을 것이 없어 학교 다니는 일보다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거나 산나물 채취하는 날이 더 많았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결석자가 많아지자 학급 반장을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주먹이 센 아이들에게 학급 반장을 맡기기도 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 바람에 공부 못하던 청진의 망나니 오득남이 학급 급장을 맡았다.
이민준과 오득남을 만나고 온 안 부장은 면담 결과를 사장에게 보고했다.
“사장님, 영업부장입니다.”
“그래 들어와, 만나보니 믿을 만하든가?”
“민준은 196X 년 생으로 청진에서 알아주는 주먹입니다. 별명이 벼락 바위입니다. 청진에서 벼락 바위라고 하면 당 간부들에게 뇌물 많이 고이고 밀무역을 다양하게 했다고 알려졌다고 합니다. 우리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득남은 196X 년 생으로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착오 없이 잘할 모범생입니다.”
“그래 영업부장 중국에서 첫 대면 수고했다. 서울 본사에 보고할 수 있게 보고서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대외비)
수 신 : 서조산업
참 조 : 영업부장
제 목 : 북한 및 중국산 한약재 시세 보고
1. 안녕하십니까? 귀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아래와 같이 중국 및 북한산 한약재 시세를 알려드리니 구매에 참조 바랍니다.
2. 품목 별 가격
가. 중국산
- 당 귀 : 4000 원/Kg
- 천 궁 : 3500 원/Kg
- 울 금 : 6000 원/Kg
나. 북한산
- 송 이 : 200000 원/Kg
- 백복령 : 2000 원/Kg
- 은행잎 : 미정/Kg
- 단풍잎 : 미정/Kg
3. 은행잎 단풍잎에 대하여는 차후 연락 별도로 드리겠습니다.
199X. 8. 21.
행 림 상 사 사장 유 영 희 (서 명)
겉으로 보기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한약재나 산나물 구하고 수출하는 견적서로 보이나 무역 업무를 가장한 보고였다. 즉, <은행잎>과 <단풍잎>에 대한 접선을 하고 정보사령부에서 모종의 임무만 부여하면 즉시 임무 수행할 준비되었다는 보고였다. 공문을 접수한 정보사령부 수집 처장은 정보 사령관에게 즉시 보고했다.
정보사령관은 수집 처장에게 영변 핵실험 여부를 알 수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 일대의 물과 나뭇잎을 입수하여 방사능 오염 잔해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사령관 지시는 바로 암호문으로 하달되었다.
(대외비)
수 신 : 행림상사
참 조 : 영업부장
제 목 : 한약재 및 산나물 구입 요청
1. 안녕하십니까? 귀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작년 연말에 귀사에서 보내준 한약재 및 산나물 시세를 기준으로 아래 품목을 구매할 것이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 내 용
- 송 이 : 200 Kg
- 당 귀 : 50 Kg
- 천 궁 : 50 Kg
- 도라지 : 100 Kg
- 은행잎 :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 <생수> 20 리터
- 단풍잎 :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 <나뭇잎> 20 kg
3. 위 물품에 대한 대금은 선적하였다는 운송장 팩스로 보내면 바로 달러로 입금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199X. 1. 16 일
서 조 산 업 전무이사 황 용 구 (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