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가영 선생>
안녕하세요? 민사심리전부 최재림입니다.
세미나에 좋은 발표와 생생한 북한 경험을 들려주어 감사드립니다.
황 가연 선생과 허원제 선생 두 분 덕분에 우리 세미나가 더욱 빛났고 마친 후에도 우리 부장님이 국방부 장관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칭찬의 말을 들었다고 기분 좋아하십니다.
세미나는 끝났는데, 그날의 연두색 바탕에 흰 물방울무늬의 원피스 차림의 황하나 선생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나의 이 불면증을 치료해 준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시간 되시면 언제 국방부 다시 한번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X. 4. 30
삼각지에서 최 재 림 드림
이 한 장의 메일 편지를 쓰기 위해 99번을 썼다가 지우고 100 번째 완성을 했다. 이것도 완전히 맘에 드는 것이 아니지만 자신의 머리로 더 고쳐봐야 특별히 좋아질 것이 없다고 판단해 여기서 마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황하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간 사무관에 호감이 있으면 성사될 것이고 호감이 없으면 아무리 이 메일을 잘 써서 명문장이 된다 해도 소용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 메일을 보내고 다음 날 퇴근길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예, 황가영입니다.”
“안-녕-하-세-요-저-어 최재림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메일 때문에 서울 가면 전화드릴 생각이었어요.”
“아, 메일 보셨군요?”
“예, 그런 메일 세미나 발표자 모두에게 보내신 겁니까? 아님 저만 보내신 겁니까?”
“메일 읽어보고도 눈치 못 채셨어요?”
“제가 어른거려 잠이 안 온다는 표현 보면 저에게만 보낸 거 같긴 한데.”
“그럼요, 황 선생에게만 보냈습니다.”
“정말 저 때문에 잠을 못 자요?”
“예.”
“어머나? 어쩌면 좋아?”
“잠 못 잔다는 것이 거짓말로 보여요?”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남한 남자들은 여자에게 처음 환심을 사려고 하는 말이 똑같이 잠 못 이룬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저 말고도 황 선생에게 잠 못 잔다고 한 사람이 또 있어요?”
“그럼요, 다 합치면 아마 한 트럭은 되지요?”
“세상에?”
“저는 안성에 교육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입니다.”
“내일도 안성 가십니까?”
“예, 내일도 교육인데, 내일은 마지막 수업이라 오전에 끝나요.”
“그럼, 내일 오후 저녁같이 하시죠?”
“어디서 만날까요?”
“여기 국방회관으로 오후 6시 30분에 오세요.”
“국방회관에 뭐 좋은 것 있나요?”
“예, 저렴하고 육질 좋은 한우 맛볼 수 있습니다.”
“예, 서울 시내 식당 많이 있지만 횡성한우 큰 글씨로 써 붙였지만 비싼 돈만 내고 원산지 속은 느낌인데 국방회관은 국가기관이니 원산지 속이는 일은 없겠지요?”
“예, 그래서 시내 좋은 식당도 많지만 저는 국방회관 많이 이용합니다.”
“예,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만 안녕히 ~~”
“예, 안전하게 귀가하세요.”
“예.”
통화를 끝내고 간 사무관은 야호! 소리를 질렀다. 이메일 한 통으로 여자의 만나자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분명 그녀도 최 사무관에게 호감이 있다는 뜻이다.
‘야호! 야호~~ 야~호~호~호~ ’
CIA는 미국이 초강대국이고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이라는 점에서 실적에 비해 과대평가되었다. CIA가 전 세계 구석구석 누비면서 첩보 수집을 잘해도 도저히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그곳이 북한이다. 이유는 외형상 인간정보를 북한에 침투하면 외형상 차이로 바로 잡힌다. 그래서 CIA는 직접 침투가 못하니 돈으로 때우고 한국의 인간정보를 이용한다. 한국의 정보요원도 북한은 식량 때문에 직접 침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북한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거나 중국 국적이면서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을 고용하여 중국서 북한을 오가면서 사업과 병행하여 첩보 수집을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CIA가 요구한 사항은 100 만 $에 풍계 생수 20리터와 나뭇잎 20kg이었다. 생수는 목표량을 확보했으나 나뭇잎은 1/7 분량인 3 kg를 겨우 확보했다. 행림상사 유 사장은 고민이 되었다. 사실대로 조필원 정보사령관에게 보고를 했다. 유 사장은 서조 산업으로 향했다.
“충성! 행림상사 사장입니다.”
“들어오시오.”
“사령관님 문서로 어제 보고했는데, <은행잎> <단풍잎> 보고 받으셨죠?”
“나도 그 고민하고 있었소만.”
“물은 한국과 미국이 반반 나누면 되는데, 나뭇잎을 미국은 전량 미국으로 보내라고 하고, 우리나라 원자력연구소에서도 나뭇잎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고 하니 고민 아주 큰 고민입니다.”
“솔직한 내 심정은 생수는 반반 나누어 미국으로 보내고 나뭇잎 구하러 간 사람들 다 체포되어 끌려갔다고 하고 나뭇잎은 전량 우리나라 원자력연구소로 보내고 싶은데.”
“사령관님 그게 안 되는 것이 이미 미 501 정보여단 한국 담당관 로버트 최가 3 kg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국이면 그 로버트 최를 없애버리고 나뭇잎 한국원자력연구소로 보내는데, 참 나라 국력이 약한 나라의 정보인의 설움이구먼.”
“나뭇잎 3kg를 반반 나누면 양쪽 모두 실험 유용한 데이터 분석이 불가하니 미국으로 보내주겠습니다.”
“내가 정보사령관 하면서 오늘처럼 무기력에 빠진 날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정말 별 두 개 떼버리고 어디 한적한 호수에 가서 낚시나 하고 싶소.”
“저도 자괴감이 들어 대방동서 여기 오는 길이 천리 길로 느껴졌습니다.”
“그래, 아주 먼 후일 우리나라가 정보 강국이 되는 날 후배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 정도 선에서 우리 일을 처리합시다. 미 501 정보여단 로버트 최에게 생수 20 리터와 나뭇잎 3 kg를 인계하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충성! 돌아 가 갰습니다.”
행림상사에 돌아온 유 사장은 이 시연 전무를 불렀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음, 방금 회장님 뵙고 왔는데, <은행잎>, <단풍잎> 건은 미국 요구대로 해주라는 것이 회장님 지침이야.”
“예, 저도 우리나라 원자력연구소에는 미안하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미스터 최 오후에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다른 소리 못하게 확실히 중량 보는 앞에서 달고, 사진 촬영하고 인수인계서 서명받고 넘겨줘.”
“예, 알겠습니다. 지침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이 전무는 미 501 정보여단의 한국 담당관 로버트 최(한국명 : 최 상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로버트 최!”
“전무님, 그냥 상호라고 부르세요. 우리 한국 사람끼리.”
“상호 한국사람 맞아?”
“예.”
“그럼, 나뭇잎 반반 나누자?”
“예?”
“야, 어차피 생수와 나뭇잎서 방사능 검출이 목적이면 나뭇잎이나 물 둘 중 하나만 나와도 방사능 검출로 인정하니 나뭇잎 반반 나누고 그냥 아무산 나뭇잎 반반 섞어서 3 kg 만들어 주마.”
“전무님? 정보인 맞아요?”
“맞지 군대 생활 24년 중 소대장 1년 중대장 18개월 빼고는 다 정보처서 일했는데.”
“그런데, 어떻게 정보 조작을 시키십니까?”
“야, 이건 정보 조작이 아니야. 어차피 정답 뻔히 보이는 정보라 비유하자면 쌀밥으로 둘이 못 먹으니 죽으로 양을 불려 둘이 먹자 이 말이야.”
“그럼, 저는 모르는 일이니 전무님이 나중에 문제 되면 혼자 독박 쓰고, 처벌받아도 받는다면 저는 모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 절대로 이 말은 나도 우리 사장님만 알고 그 윗선 보고 안 할 것이니 그리 알고 내일 다시 와.”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 11시 30 분에 오겠습니다.”
“왜 11시 30 분이야?”
“점심 전무님이 내시라는 뜻이지요?”
“알았다.”
로버트 최를 돌려보낸 이 전무는 유 사장에게 외출을 하겠다고 전화하고 철물점에서 공사용 마대를 구했다. 택시를 탔다. 우이동 화계사 계곡으로 갔다. 반쯤 썩은 나뭇잎을 마대에 담았다. 택시를 타고 돌아와 행림상사 창고로 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나뭇잎을 반반 섞어 3Kg 나뭇잎 마대 2개를 만들었다.
물도 10리터씩 2통 나뭇잎도 3Kg 마대 2개가 되었다.
다음 날 정확히 11시 30분에 미 501 정보여단 담당관 로버트 최가 왔다. 이 전무는 로버트 최를 데리고 창고로 갔다. 저울로 물을 달았다. 정확히 10Kg이다. 나뭇잎 마대를 저울에 올렸다. 눈금이 3 Kg을 가리켰다.
사진을 찍고 인수인계서에 각각 서명하고 여의도 초원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미국으로 보내고 남은 생수 10리터와 나뭇잎 3Kg은 한국 원자력연구소로 보냈다. 전문가의 분석에 의해 한·미 양쪽 모두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이것을 근거로 한·미 합동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고삐를 강도 높게 죄였다.
* 에필로그
프롤로그에서 이스라엘 모사드로부터 북한 핵 관련 정보를 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국가정보기관의 모델이 CIA, KGB 모델과 ‘모사드’ 모델이 있다.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은 지향은 CIA를 했으나 수준은 KGB 수준도 못 된다는 조롱을 받지만 꿈은 모사드를 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국가정보기관이 모택동의 말처럼 ‘게릴라는 물고기고 인민은 물’이라고 비유한 것을 정보요원에 빗대면 ‘정보요원이 물고기라면 국민은 물’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선거만 되면 좌파, 우파 진영 싸움을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좌도 우도 없다. 대남 선전 선동부 일꾼들이 한번 배치되면 10년 20년 그 부서에서 직책만 달라질 뿐 하는 일은 대남업무이다.
정권은 한 번은 보수 정당이 한 번은 진보 정당이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정보를 다루는 기관은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여론조작하고 인터넷에 댓글이나 달고 하는 것이 정보기관이 할 일은 아니다.
이 작품은 누가 알아주어서가 아니라 국가정보 수집을 위해 헌신했던 정보원들의 이야기를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썼다. 이글이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요원과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행방불명된 인간 정보원에게 명복을 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