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2월

유년시절의 추억. 78

by 함문평

65년 인생에 가장 행복한 12월이다.


중학 1년 때부터 일기를 20년 썼다. 소중한 일기장만 보면 신기하게 옛날일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전방 철책부대 정보과장 시절이었다. 비가 엄청 내렸다. 관사에 부대 뒷산서 물이 쏟아져 부대 교회로 피난시켰다. 전문기상이 정보책임이라 사전에 기상청도 폭우라고 안 한 것을 정보과장이 폭우예상을 못했다고 부연대장에게 혼났다.


혹시 몰라 전방 GOP대대가 걱정되어 순찰을 돌았다. 웬걸 순찰 나오기를 잘했지만 늦은 게 한이었다. 병사들 막사가 정식 막사가 아니고 바닥만 콘크리트를 치고 위는 조립식 막사로 지은 건물이 바닥에 물기가 머금은 상태서 또 폭우가 오니 일종의 미끄럼 현상으로 막사가 통으로 밀려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사망자만 23명 겨우 2명만 연대 앰뷸런스로 전곡국군병원으로 이송했다.


비가 완전히 그친 후 교회에 피신해 있던 가족이 관사로 돌아왔다. 정보과라야 정보장교, 정보부사관, 정보병 2명이 전부라 부연대장이 야단친 것이 미안해서인지 부연대장 당번병과 본부중대에 전화해 작전과장은 작전과 인원이 많아 금세 정리하는데, 정보과장 정리 못하면 안 된다고 병력 3명만 정보과장 관사정리에 도와주라고 해서 하루에 끝냈다.


그 후로는 일기를 안 쓴다. 잃어버린 20년 치 일기가 다른 생필품 버린 것보다 더 가슴 아파 일기를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는 1월 1일 새해 목표만 기록하고 12월 중순에 얼마나 달성했나 반성하고 내년 계획을 세운다.


65년 인생에 처음 1월 1일 계획을 100% 달성한 12월이다. 행복하다.


금년 목표 원고지 80매 단편소설 10편 350매 중편 2편인데 달성했다. 31일까지는 먹고 자고 삼신할멈에게 잘 빈 팔자로 지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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